대구MBC, 촛불시민 MBC 신랄하게 비판한 인터뷰 방송
막내기자, 권력 감시기능 찾도록 관심 지속해 달라 당부

지난 1월 2일 대구MBC의 신년특집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MBC 개쓰레기 아니가 이것들!"이라는 육성이 자막과 함께 그대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MBC를 비난하는 장면이 나왔던 프로그램은 대구MBC가 신년특집으로 제작한, 촛불집회 관련 프로그램인 <깨어나 일어나>였습니다.

"여기 MBC에요? 방송국? MBC 개쓰레기 아니가 이것들! MBC 제일 싫어한다. (카메라를 가리키며) 대통령 지지율이랑 여기 지지율이나 똑같다."

리포터가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에게 질문을 하자마자 그는 "여기 MBC에요 방송국?"이라고 묻습니다. MBC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시민은 "MBC 개쓰레기 아니가 이것들"이라며 "MBC 제일 싫어한다"라고 덧붙입니다.

이때 시민은 카메라를 가리키며 "대통령 지지율이랑 여기 지지율(시청률)이나 똑같다"라고 신랄하게 MBC를 비판합니다.

지난 2일 대구MBC가 <깨어나 일어나> 프로그램 중 시민이 MBC를 비난하는 내용을 자막과 함께 그대로 방송한 장면./유튜브 영상캡처

자사를 비판하는 욕설에 가까운 말을 언론사가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구MBC는 그대로 내보냈고, 많은 시민은 의아해하면서도 서울MBC와 다른 모습에 응원을 보낸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5일 오전 8시 30분 현재 유튜브에 올라온 '대구MBC 신년특집 '깨어나 일어나' 동영상은 조회수 5만을 넘겼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 방문에 대해 서울MBC는 청와대의 말을 검증 없이 보도했지만, 대구MBC는 과잉경호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구MBC의 영상을 본 시민의 반응엔 '응원을 보낸다'는 목소리와 '왜 이제 와서 변신하느냐'는 비판이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MBC는 이전부터 서울MBC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대통령 미화하는 서울MBC, 대통령 비판하는 대구MBC

지난해 12월 대구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서울MBC는 '박 대통령은 기자단과 동행하지 않았고, 수행 인원도 최소화했다'라며 '큰 아픔을 겪고 계신 데 찾아뵙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으로 방문했다'는 박 대통령의 방문 이유를 비판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서울MBC는 '귀경길에 오른 박 대통령은 이동 중인 차량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구MBC의 보도는 달랐습니다. 대구MBC는 '박근혜 대통령이 10분 남짓 현장을 둘러 보는 동안 수십 명의 경호 인력이 대통령을 호위하고, 청와대 경호실이 방문 한 시간 전쯤 소방서를 찾아 방호복과 헬멧을 요구했다'라며 과잉 경호를 지적했습니다.

대구MBC 도성진 기자는 "건물 잔해나 잿더미를 들춰내고 불을 끄기 위해 이런 굴착기가 드나들어야 했지만, 대통령 방문을 전후해 굴착기의 진출입이 제한됐다"라며 화재가 완전히 진화도 되기 전에 방문해 오히려 장비 투입을 방해한 박 대통령의 일정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참사 당시 '전원구조는 오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던 목포MBC처럼 일부 지역MBC는 서울MBC와는 전혀 다르게 언론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엠병신' 소리를 들은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취재를 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선 MBC 기자를 향해 시민들이 '엠병신'이라고 외칩니다. 시민들의 '엠병신'구호에 결국 MBC 기자들은 버스에서 내립니다.

촛불집회를 취재하던 MBC 기자들은 '짖어봐', '부끄럽지 않느냐'라는 시민들의 야유와 항의 속에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나간 기자는 마이크에 'MBC'라는 태그조차 달지 못했고, 심지어는 실내에 숨어서 촛불집회를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MBC노조 구성원들이 MBC 본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촛불집회 취재 도중 쫓겨났던 MBC 3년차 막내기자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등 세 명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MBC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시인합니다. '그 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왜 이러냐는' 시민들의 비판에 대해 '혼내시고 욕하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MBC기자들은 시민들에게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당부합니다. 'MBC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십시오'라며 'MBC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MBC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가 만든 '막내기자의 반성문' 중 한 장면./유튜브 영상캡처

전 '1인 미디어'로 활동하면서 기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출입처 제도 속에서 특권은 누리면서도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자들을 보면 비판이 먼저 나옵니다.

하지만 무조건 그들을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소수이지만 참된 기자들이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MBC 기자 중에서는 해직된 사람도 있지만,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아 마이크를 뺏긴 기자들도 50명 이상 됩니다.

195억 원에 이르는 손배소와 징역형이 구형돼 업무방해죄 등으로 법정 투쟁을 벌이는 동안, 제3노조라는 기업노조까지 등장했습니다. 취재도 할 수 없고, 징계와 소송을 당하면서도 기자들이 버티고 있는 이유는 MBC를 제대로 된 언론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냉담합니다. 해직되고 몇 년이 흐르니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합니다.

MBC가 지금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버리면 안 됩니다. 모든 언론사가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모든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사회 부조리를 고발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오마이뉴스(시사 블로거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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