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폭로되면서 온 나라는 무중력상태에 빠져 있다. 닷새 뒤 첫 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이래 세밑까지 10차례에 걸친 천만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고, 이제는 국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혼란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해 첫날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임에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결백을 강변했다. 그날의 발언에는 준법의식도 도덕적 죄의식도 정치적 책임감도 없었다. 결국 대통령의 즉각 퇴진 또는 조속한 헌법재판소 인용에 따른 파면만이 현재의 공황상태를 하루빨리 벗어나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광장에서는 진실 규명, 정의의 심판, 상식이 통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을 뿐 권력구조 개헌이나 조기 대선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다. 대선이 닥쳐온다고 지역주의 기득권 세력 간의 짝짓기나 권력쟁투를 벌이는 짓은 촛불의 관심이 아니다. 그보다 촛불 민심은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적폐를 일소하는 국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탄핵 결정과 더불어 정치권이 받아들여야 할 국민의 명령은 대개혁을 향한 플랜과 실천방안이라 할 것이다. 당장은 개혁입법과 정책과제를 점검하여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국정농단 사건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지만 1~2월 사이에는 우리 경제·사회, 정치개혁을 판가름할 입법과제들에 집중해야 할 때다. 광장에서의 분노와 열망을 제도적 장치로 수렴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국가 대개혁은 동력을 잃고 실패하게 된다.

세월호 특조위 부활, 국정교과서 폐기, 사드 배치 철회, 한일 간 군사 및 위안부 협정 중단 등 당면한 현안들부터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정치권의 정당성을 회복할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와 검찰개혁, 공영방송 등 언론개혁,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등도 이해갈등과 쟁점이 얽혀있다고 미룰 일이 아니다. 촛불은 87년의 과오를 명백히 기억하고 있고, 2017년 시민혁명에서는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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