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용 못하는 마산 오동동 문화광장…창원시 몇 달만에 예산 낭비해야 할 판

나는 1급 중증장애인으로서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이다.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종종 집회에 참석을 하게 된다. 지난 연말에도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열렸던 시국 촛불집회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말이다. 문화광장을 둘러보고 나서 너무나도 깜짝 놀랐다. 204억여 원의 예산을 투자하여 야외무대와 미디어글라스, 바닥음악분수, 관광안내소 등은 설치되어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나 휠체어가 무대를 오를 수 있는 경사로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1조에서 정한 단계적 적용시한인 2009년 이후로 가장 최근에 지어진(2016년 11월) 광장인데도, 이곳은 설계부터 장애인이 아무 시설도 이용할 수 없는 '제한·배제·분리·거부'된 광장이었다.

마침 시국집회에 참석한 경남도민일보 기자를 만나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였고, 지난 1월 3일 자 신문에 기사화되었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날 창원시는 3월부터 장애인의 문턱을 낮추는 대대적인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기사를 내었다. 과연 이것이 자랑할 만한 행정이고 복지일까? 지어진 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아서 완공된 시설들의 일부를 부수고 뜯어 고쳐야 하는 비용은 또 얼마나 추가될까? 왜 애초에 설계단계에서부터 장애인·노약자 등 소외계층들의 의견과 배려가 충분히 담겨 있지 못했던 것일까? 만약 그랬다면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이 경제 시국에서 이중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창원시가 운운하는 '법적 기준에 문제가 없지만'이란 말의 의미는 법의 근본 개념은 무시한 채 기준 딱 그만큼만 지키겠다는 아주 소극적이고 후진적인 의식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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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그 자체는 결코 소모적 예산낭비나 특정 집단에게만 돌아가는 특혜가 아니다. 땜질식 복지행정이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이러한 땜질식 행정을 보며 '우리나라가 이렇게 약자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생색을 내고 뿌듯해하고 있다. 이것은 민망하고 미안해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나라가 바뀌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나라가 바뀌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사람이 바뀌려면 의식 수준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행정도 바뀌고 나라도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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