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복합상가 내 노인요양병원 화재 대피 취약
어르신들 거동 불편…법적인 문제는 없어

지하에 사우나, 1층에는 주점과 음식점 등이 있는 창원시의 한 대형복합상가. 이 건물 2층부터 6층까지는 노인요양병원이 영업 중이다.

지난 4일 소방관과 함께 이 노인요양병원을 불시에 찾았다. 동행한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해당 병원이 소화설비(소화기·스프링클러), 경보설비(화재감지기·비상방송시스템), 피난설비(유도등), 소화활동설비(연결송수관설비) 네 가지 항목 모두 잘 갖춘데다 관리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이 났을 때 고층 건물에서 지상까지 사람이 미끄러져 피난할 수 있는 수직 구조대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 관계자도 2014년 5월 일어난 장성요양병원 사건을 거론하며 화재 발생에 특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방문한 창원 한 노인요양병원에 설치된 구조대. /우보라 기자

하지만 우려할 만한 요인은 다른 데 있었다. 만약 병원 아래층에 있는 각종 영업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노인요양병원의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

노인요양병원에 화재 대비시설이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아래층에 있는 카페, 탕제원, 음식점부터 사우나, 노래연습장, 실내 포장마차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과연 병원에 입원해 있는 노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이처럼 복합상가에 입주해 있고 입원 병상이 있는 병원은 창원에만 15곳이 있다. 입원할 수 있는 소규모 의원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더 많아진다.

창원지역 한 보건소 관계자는 "소방설비를 잘 갖추고 훈련이나 점검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기나 불을 많이 사용하는 음식점, 주점이 같은 건물에 있는 것 자체로도 화재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와 유독가스가 위층으로 가는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많은 요양병원은 빠른 대피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합상가에 병상이 있는 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좋은 예가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은 애초부터 독립된 건물이나 상가의 1층에만 허가된다. 이는 어린이집과 연접한 시설의 화재 발생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화재 등 위험이 닥쳤을 때 어린이는 자력으로 탈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일반상가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더라도 반드시 1층에만 허가되고 있다.

따라서 고령자와 치매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많은 노인요양병원도 어린이집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5월 산후조리원이 있는 건물에 주점 등 화재위험시설이 들어올 수 없게 하는 '다중이용 화재 취약 건축물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산후조리원을 1층처럼 지상과 직접 연결된 피난층에만 설치하도록 하고 층별로 방화구획된 대피공간 등이 마련된 경우에만 피난층이 아니더라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불이 났을 때 피난하기 어려운 임산부나 영유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노인요양병원 등 병원은 이 같은 대책에서 비켜 있는 실정이다.

한 소방방재 전문가는 "복합상가건물에 병원이 입주하는 것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기나 조리기구를 사용할 때 주의하고 병원은 평소에도 방화문을 닫아두고 주기적으로 소방시설 점검과 대피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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