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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킹 잊은 언론에 똥침 날리는 누리꾼들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 발언 검증 돋보인 언론
국내에선 일반 시민들이 활약, 학자들 "게으른 기자 향한 경고"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7년 01월 05일 목요일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팩트체킹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러 언론사가 팩트체크팀을 꾸렸습니다. <폴리티팩트>, <팩트체크오알지>,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 같은 전문매체는 물론 야후나 구글 같은 포털 사이트까지 포함해 모두 52개 팀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쏟아낸 말을 실시간으로 검증했습니다.

◇미 대선 TV 토론을 달군 팩트체킹 = 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신문과 방송> 12월 호 내용 중 <미국 대선 접수한 '정치 저널리즘의 혁명'>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살펴보면, 미 대선 팩트체킹의 클라이맥스는 대통령 후보 TV 토론이었습니다. 모두 세 차례 진행됐는데, 그때마다 언론사들은 팩트체킹 결과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로 공유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더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렇습니다.

▲ ▶미국 팩트체크 전문매체 <팩트체크오알지>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뉴욕타임스>는 이번 대선에서 18명의 기자가 팩트체커로 나섰습니다. 후보자 발언이 나오면 5분 이내에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글을 웹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예를 들어 힐러리가 트럼프를 향해 트럼프는 기후 변화가 중국이 퍼뜨리는 거짓이라고 했다고 공격하자, 트럼프가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바로 4년 전 트럼프의 트위트 내용을 캡처해 보여주며 그는 그렇게 말했다고 확인해주는 식입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도 22명의 팩트체커가 동원됐습니다. 실시간으로 후보의 발언을 속기 서비스로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문서를 구글 문서프로그램인 구글 닥스에도 올립니다. 그러면 NPR 소속 전문가들이 접속해 자신들의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실 팩트체킹은 언론이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인 활동입니다. 모바일 시대를 맞은 지금, 오히려 이전 시대 전통 저널리즘 방식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팩트체킹이 SNS나 스마트폰 등 현대 기술을 만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국정 농단 청문회에 공헌한 팩트체킹 =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실시간 팩트체킹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자리에서입니다.

지난달 7일 2차 청문회가 열렸지요.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청문회 내내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녁 갑자기 "모른다고 할 수 없겠다"고 말을 바꿉니다.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영상 때문입니다. 영상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회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최태민과의 약혼설과 그의 딸 최순실의 재산취득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았고, 이때 김 전 실장이 방청석 앞줄에 앉아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 세월호 침몰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세월X>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주식갤러리(주갤)'에서 활동하는 누리꾼이 박영선 의원에게 카카오톡으로 제보한 것입니다. 지난달 24일 자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이 제보자는 금융권에 종사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입니다. 그는 '얄팍한 변명으로 빠져나가려는 김기춘 같은 사람들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생각에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제보를 했답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에는 또 한 명의 팩트체커가 등장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독일 '수사팀장'을 자처하는 아바리스(@abaris)란 트워터 사용자입니다. 그는 독일에 사는 평범한 40대 교민입니다. 처음 최순실 관련 보도를 접할 때만 해도 '그냥 대형 스캔들이 또 터졌구나' 했던 그가 최순실이 독일에 유령회사 '비덱'을 세웠다는 보도를 보고 그의 차명 재산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사업을 했기에 익숙한 일이기도 하고 진실에 대한 호기심도 컸기 때문입니다. 거의 두 달 동안 인터넷 검색과 현장 답사를 반복하던 그가 찾아낸 것이 최순실과 정윤회가 독일로 재산을 빼돌리려 만들었다는 '유벨'이란 회사입니다.

또 한 명,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입니다. 그는 지난달 26일 세월호 침몰이 잠수함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추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무려 8시간 49분짜리입니다. 영상을 올리기 전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비밀리에 세월호의 진짜 침몰 원인을 파헤쳐 왔고,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 끝에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힙니다. 그 결론이 잠수함 충돌에 의한 침몰입니다. 하지만, 자로는 영상이 공개된 이후 다양한 반대 의견도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유하며 진실을 위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독일 수사팀장을 자처하는 아바리스 트위터 계정. 최순실이 만든 유령회사를 찾아냈다. /트위터 캡처

◇다시, 주저함 없는 팩트체킹을 = 보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은 팩트체킹은 언론의 몫이 아니었지요. 사실 미국에서도 그동안 언론들이 팩트체킹을 덜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 같습니다. 다시 <신문과 방송> 12월 호 내용을 보겠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루카스 그레이브스 교수는 지난해 벌어진 팩트체킹 현상을 '저널리즘 역사에서 문화적 변화이며 정치 개혁운동'이라고까지 평가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십 년간 언론이 금과옥조처럼 여긴 인용 저널리즘에 대한 거부의 성격이 강하며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채 기사를 작성해 온 게으른 기자들에게 보내는 강한 경고다."

언론들이 객관성, 중립성이란 안전지대에 숨은 채 공인의 말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보도만 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또, 미국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 칼럼니스트 제시 버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널리스트가 균형을 추구한 나머지 객관성의 포로가 돼선 안 된다. 아무리 예의가 없어 보일지라도 진실을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말해야 한다. 저널리스트가 자칫 눈치 보기로 팩트체킹을 소홀히 하면 위험하고 자질 없는 후보자를 한 나라의 지도자로 만드는 데 공범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언론들에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말이겠습니다. 정유년은 우리 언론들이 주저함 없이 팩트체킹을 하는 해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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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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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장석 기자. 15면 미디어. 20면 제휴 뉴스. 행복한 셀카 등 지역민참여보도. 한국 속 경남 등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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