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전망·새해 비전 기대한 토론, 다른 통계 두고 공방만 수두룩…복지 정책·대선 후보 검증 아쉬움
'부조리 현실 확인·시대 맞춘 개혁' 듣고자 했던 본 쟁점 잊어선 안 돼

"그래서 처음부터 서로 기준이 달랐고, 하는 얘기가 달랐다고 알았다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언성을 높이지 않았을 테고, 앵커께서도 질문 다양하게 하실 수 있었겠죠. 전원책 변호사 말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왜 서로 다른 통계를 얘기하는지 토론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검증에 꼭 필요한 정보를 시청자들은 듣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난 3일 방송된 JTBC <뉴스룸> '팩트체크'는 전날 JTBC <뉴스룸-신년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와 이재명 시장이 벌였던 실효세율 설전에 대한 확인에 들어갔다.

오대영 기자의 명쾌한 팩트 체크를 뒤로하고 정작 방점을 찍고 싶었던 것은 손석희 앵커가 언급한 대로 "토론의 쟁점은 복지를 위한 법인세 인상 여부였다. 그런데 정리하다 보니까 기준도 좀 다른 주장만 하다가 본질로 더 들어가지 못한 그런 아쉬움이 분명히 있군요"에 있었을 것이다.

JTBC는 '최순실 태플릿 PC' 보도 이후 대단히 전략적이고 집요하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일 기획한 <신년특집 토론 - 2017년 한국 어디로 가나>를 통해 격동의 3개월에 대한 중간점검과 함께 올 한 해 펼쳐질 한국사회 큰 그림의 시작점을 찍고자 했을 것이다.

출연자 면면 역시 기대를 높였다.

번역기가 필요하고, 접속사와 지시 형용사가 남발하는 만연체, 여기에 일방적이기까지 한 말들에 지쳐 있던 차이다. 냉철한 입담의 유승민 의원과 일명 '사이다 발언'의 이재명 성남시장, 논리적 만담을 주고받으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썰전>의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 여기에 실로 오랜만에 토론진행을 맡은 손석희 앵커의 조합이라니.

10%를 넘는 시청률은 이러한 관심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앵커와 출연자 모두 여유가 묻어나는 오프닝이 끝날 무렵부터 슬슬 오르기 시작한 열기는 채 끓기도 전에 넘쳐버렸다.

손석희 앵커는 연방 "전원책 변호사님∼"이란 단어를 애절하게 불러야 했고, 그럼에도 커질 대로 커진 전원책 변호사의 목소리만 귓가에 웅웅거렸다.

전원책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그런 소리하면 안된다"며 패널들의 말을 잘랐고, "유승민, 좌파적 사고에 젖어있는 것 같다", "엉터리 통계를 주장하고 있다" 등 막말과 흥분을 온 얼굴에 표출시키는 강렬함으로 토론회를 삼켜버렸다.

유시민 작가는 "그렇게 하면 보수는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오해받는다"고 만류했지만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에서 체화한 예능감을 토론장에서도 구분하지 못한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이 보여주고자 했던 본질을 놓치고 싶지 않다.

탄핵으로 시작한 토론은 다음 대선에 출마할 유승민, 이재명 두 사람 검증으로 마무리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과정에 대해 유승민 의원과 전원책 변호사는 '법리'라는 논리를 들이대며 보수적 바람을 주장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능숙하게 탄핵 사태 본질을 환기시켰으며, 이재명 시장은 '7시간 공백'이라는 직무유기의 법리적 사실 확인과 함께 '법리' 이상의 민심을 이야기했다.

보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온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확인이 있었고, 정책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 윤리가 우선해야 한다는 보편타당한 진실은 설득력을 발휘했다.

'개혁'과 '보수'라는 단어가 결코 양립할 수 없음에도 현재의 보수는 시대의 흐름에 밀려 개혁해야 되는 현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애초 토론을 시작하면서 하고자 했던, 혹은 듣고자 했던 쟁점과 본질, 그 언저리를 머물다 가버린 아쉬움은 어쩌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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