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남본부는 '경남지역 고용의 질과 고용창출 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경남지역 산업은 기계류에 편중되어 있다 보니 고용이 특정 연령이나 성별 등에 치우쳐 있으며 고용기회가 낮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산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용의 질에 대한 평가는 일하는 당사자의 일자리 만족도와 더불어 직업적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숙련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런 내인적인 요인 이외에도 고용평등, 직업 안정성, 노동여건, 능력개발, 노사관계에 기초한 사회적 대화와 같은 외인적 요인들이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이다.

하지만 복잡 다양한 요인들 중에서 임금과 노동시장의 구조가 고용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고용률이 전국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저임금 노동이 주를 이루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마당에 고용의 질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일 뿐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경남에선 대졸 이상 학력 실업자의 비중도 높고 청년실업률이 작년 6월에는 10.3%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이 취업할 기회가 적다보니 50대 남성 위주의 일자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여성 및 청년 노동자들을 흡수할 만한 산업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취업기회가 많아지는 걸 누구도 문제 삼지 않더라도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고용의 질도 개선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왜냐면, 경남지역의 '좋은 일자리'(decent work)란 전문직 종사자들이거나 노조를 통하여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의 모든 민선 지자체장들은 기업유치를 희망했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에는 언제나 물음표가 따라 붙어 왔다. 이런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거듭 반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좋은 일자리를 나눌 수 있는 방안부터 먼저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다. 즉,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펼치려면 최근 벌어진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처럼 공공부문에서라도 먼저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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