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잘되려면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노회찬 의원은 10년 전 삼성 X파일 사건이 났을 때 검찰 개혁이 이뤄졌더라면 최소한 박근혜 게이트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 국민이 공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러난 국정농단 전모와 권력과 재벌 간의 유착, 검찰의 초기 대응 등을 보면 국민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다.

정치권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때를 놓친 만시지탄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노 의원의 발언은 그 자신이 삼성 X파일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뒤늦게나마 책임을 통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반성하지 않고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때를 놓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국민에게 또다시 그런 짐을 지우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가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이 공분하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치권과 재벌, 검찰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정치권의 고해성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재벌은 청문회에서 보듯 여전히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특권 국민의 지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것을 반성하고 자기 쇄신의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국민의 분노에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촛불 민심으로 나타난 국민의 뜻은 단순히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력만 심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쇄신의 첫 대상이 정치와 재벌, 검찰 등 국가권력이다. 이들이 서로의 이익에 기대어 국가를 끌고 가는 한 국민은 영원히 불행하다는 것을 박근혜 정권은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바꾸려면 확 바꾸어야 한다. 국민은 또 다시 때를 놓쳐 10년 뒤 오늘의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는 참다운 민주주의로 모든 것을 일신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차가 오는 것일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참회와 반성은 그 출발이다. 노 의원은 정경유착과 검찰의 시녀화를 진단했지만 그것은 시작이어야 하며 대한민국 전체가 민주주의에 의해서 기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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