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태풍·AI 잇따라 재난 겪은 양산…불편 이겨내야 전체 불행 막을 수 있어

지난해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제18호 태풍 '차바'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양산시는 잇따른 대형급 재난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망의 정유년 새해는 이 모든 재난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 실천의 해로 명명해도 무방하다.

이를 반영하듯 양산시는 올해 새해 사자성어를 '마부정제(馬不停蹄)'로 정했다. 중국 원나라의 유명한 극작가인 욍시푸의 작품 여춘당에서 유래된 말로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다음 50년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도 있으며 재난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가 양산시를 강타했다. 상북면 일대 양산천이 범람하면서 교량이 파손되고 아파트 등 일부 가옥과 차량이 침수하는 등 양산시에 850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태풍 피해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AI가 찾아왔다. 상북면 일대 한 산란계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서 지역 양계농가가 키우던 생때같은 산란계 16만 2000여 마리를 매몰케 하는 피해를 입혔다. 2003년 이후 5번째 AI 발생으로 시달림을 겪게 됐다.

AI 발생농가 반경 10㎞ 내에는 150여 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어 경남최대 산란계 집산지인 양산은 엄청난 피해가 우려됐다. 새해 들어 AI가 소강 국면으로 흐르면서 계란 출하가 정상화되는 등 한시름을 놓게 했다.

AI와 태풍 내습에 앞서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5.8 규모의 경주 지진으로 양산시민들은 지축과 아파트 등 건물의 흔들림으로 큰 공포를 겪었다. 그래서인지 이어 찾아온 태풍과 AI 등 재난에 그저 담담하기까지 한 것 같다.

우리 이웃들이 겪는 공포와 어려움은 곧바로 나에게, 또 나아가서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됨을 명심해야 한다. 지구는 공동운명체이다. 이웃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동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AI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방역을 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주민민원으로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푸념을 들을 때면 한숨이 나온다. 전염병은 인류가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AI는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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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우리 식탁 위에 당연하게 오르던 먹거리가 하나둘 사라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의 밥상 위에 차려진 계란 반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올라와 있는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자식 같은 닭을 땅에 묻은 농민과 살처분 작업을 한 공무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가늠은 해봐야 한다.

먹거리에 대한 경건함과 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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