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 (2) 더불어 사는 창원 완월 주민들
창원 완월동 새뜰마을 주민 함께 머물 주택 건립 한뜻 사회적협동조합 출범 추진
주거안정·도시재생 앞장 청년 유입, 소통 꿈꾸기도
지역사회 긍정적 변화 기대 내년 중반 새집 공사 완료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새뜰마을 주민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리려고 합니다. 한집에서 더불어 살기 위해서입니다. 주민 7명과 지역 전문가 3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완월새뜰, 완월달빛 등 후보는 많지만, 아직 조합 이름을 확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왜 그냥 협동조합이 아니고 사회적협동조합일까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 모두 '지역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과 달리 비영리 법인이어서 사회환원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 7명이 더불어 사는 일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를 계기로 주변 동네, 지역사회로까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것이 이들의 꿈입니다.

지난 3일 저녁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새뜰마을 주민 사랑방인 '달빛다방'에서 만난 주민과 전문가. /김구연 기자 sajin@

◇"여기는 전부 한집이나 마찬가지" = 지난 3일 저녁 새뜰마을 주민 사랑방인 '달빛다방'에서 주민과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김옥동(84) 할머니는 조합원 가운데 가장 연세가 높은 어르신입니다. 원래 살던 집은 보일러가 고장이 나고, 물이 새 엉망진창이어서 지금은 잠시 손자와 함께 지내고 있답니다. 기존 주택을 고쳐 새로운 집에 살겠다는 생각을 하니 할머니는 "기분이 좋지. 아이고~ 날아갈 상싶다"고 말씀하십니다.

박소영(46) 씨는 이곳 주민 가운데 총무를 맡게 됐다고 합니다. 박 씨와 그이의 동생 박상순(44) 씨는 조합원 중 가장 젊은이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여기 살았어요. 이웃 어르신들한테도 '이모, 이모' 하면서 지내서 다 아는 사이죠." 박 씨는 "앞으로 완월동의 새 역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조외순(73) 어르신이 이야기를 보탭니다. "여기 이 동네는 전부 한집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웃이 가깝게 지내왔다는 얘기겠지요. 옆에 앉은 최정자(74) 어르신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힘을 너무 많이 써주시고,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은 한목소리로 마을 밖에서 온 전문가들을 칭찬했습니다. 창원시 도시재생과와 국토교통부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창원시 완월 새뜰마을 코디네이터인 박진석 경남대 건축학부 교수가 이곳에 생길 새 주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전문가 3명은 여기 새뜰마을 코디네이터인 박진석 경남대 건축학부 교수, 박진호 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연구팀장, 김석호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입니다. 현재 주민 7명(여성 5명·남성 2명)은 완월남 13길 한편에 있는 오래된 쪽방 건물 3동에 살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은 공동 화장실을 쓸 만큼 열악한 환경이죠. 주민들이 하루빨리 새집에 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하는 까닭입니다.

◇청년과 함께 사는 집으로 = 완월 새뜰마을에선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주민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리고 오래된 집을 고쳐 새집에 사는 것은 사실 일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조합을 만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이주 걱정 없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 주택은 15가구 정도 살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인데요. 이 중 5가구 정도에는 청년이 거주할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들은 시세보다 적은 임대료를 내는 대신 어르신들과 함께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고, 그리고 이 수익은 다시 지역에 배분하려고 합니다. 계속 국비나 시비 등 지원금에만 의존할 수 없어서입니다.

도시재생과 관련한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나 사회공헌형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젊은이들이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아침저녁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고, 새집 구조 또한 거실 등 공동 공간을 어느 각도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입니다. 이러면 어르신들은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겁니다.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소통과 복지가 이곳 새 주택에서는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저소득층이나 노인만 거주하는 공간으로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여느 임대주택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공간 개념과 디자인을 조금이나마 익혀 개인 공간이나 공공공간 디자인에 의견을 제시하는 '참여적 디자인' 작업 또한 이뤄질 계획입니다. 많은 제안이나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고, 새집 디자인에 반영될 것입니다.

창원시 완월동 새뜰마을 주민 사랑방인 '달빛다방'. /김구연 기자

◇"현재 주민 공동체 유지·발전이 주목적" = 기존 집이 있는 땅은 주민 소유에서 지자체 소유로 바뀐 상황입니다. 조합원 주민들은 보상금으로 받은 돈을 조합 출자금으로 내게 됩니다. 7억~9억 원 정도가 모일 텐데요. 출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익도 지역 환원과 공공에 쓰일 예정입니다.

지자체는 주민들로 꾸려진 이곳 조합에 공공 자산으로서 새집 운영과 관리, 거주 부분을 위탁하게 됩니다. 조합은 입주자 선정 등 역할을 하고, 지자체와 동등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냥 지자체가 소유한 임대주택이라면 주민들의 주인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운영 형태의 집이 생긴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합이 정착하고 주민과 청년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주변 동네와 지역사회도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요. 올해 안에 디자인하고 설계해 이르면 올여름 공사를 시작할 듯합니다. 새집을 완전히 보려면 내년 중반쯤은 돼야 하겠네요. 될 수 있으면 옛 모습을 지닌 외벽이나 창문 등 건물 윤곽은 그대로 살리고, 주민이 쓸 방도 현재 위치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고 합니다.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니라 단계적인 부분 철거와 빨리 만들 수 있는 공법을 택할 계획입니다. 오래된 주택의 단순 복원보다 현 주민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더 발전시키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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