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버스기사 조경래 씨 '소원'…아들·딸 희귀난치 '니만피크병' 7년째 투병 … 고통스러운 마음, 뇌출혈 아내 생각엔 끝내 눈물

이름도 낯선 니만피크병(Niemann-Pick disease).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조경래(57·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씨 아들 수현(28)·딸 혜리(26) 씨에게 찾아온 병마의 이름이다.

이 병은 지질이 축적돼 간 등이 붓고, 치매와 유사한 지능 장애 등을 일으키는 유전적 대사 질환이다.

현재 아들 수현 씨는 병이 악화되어 부산의 한 대학병원 병실에 누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현·혜리 씨가 먹는 '자베스카' 한 알 약값이 60여만 원이다. 하루 한 끼 식사 후 두 알씩, 하루 세 번을 먹어야 하는 약값만 한 달에 2000여만 원이다. 지난 2014년 '(약제)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개정으로 급여가 인정, 개인 부담이 적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한때 단란했던 조경래 씨 가족.

조 씨가 자녀의 병명을 안 때는 2년여 전으로 거슬러 간다. 7년여 전 논산훈련소로 입대한 수현 씨가 아이와 같은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 수현 씨는 재훈련을 받고 공익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상태는 악화할 뿐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던 수현 씨에게 담당의는 신경과 병행치료를 주문했다. 부자연스러운 걸음 때문이었다. 결국, 수현 씨는 의가사제대 판정을 받고 치료에 집중했다. 담당의는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검사 중 99%를 해봤지만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다행히 담당의와 가까운 의사가 니만피크병을 진단했다. 국내 첫 번째 발병 사례였다.

병원비만 한 달에 수천만 원이었다. 희소병 판정을 받으면 부담이 줄어드는데, 그해 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유전학적 검사 하나로는 판정이 어렵게 됐다.

방법을 몰라 방황하던 차에 우연히 경북대에서 연락이 왔다. 이곳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를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현 씨뿐만 아니라 혜리 씨도 같은 니만피크병 판정을 받았다.

담당의는 예전부터 서서히 병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현 씨 상태는 썩 좋지 않다. 병원에서는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누워지내는 삶은 마찬가지다. 근육이 경직돼 말을 할 수 없고, 뇌·간·비장 모두 성한 데가 없다. 뼈밖에 남지 않은 수현 씨를 바라보는 아버지 마음은 고통뿐이다.

비싼 약을 먹어서라도 완치되면 좋겠지만, 니만피크병은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 비교적 증세가 나은 혜리 씨도 재활치료를 받는 게 전부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조 씨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해 6월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이야기를 하면서다. 평생을 일만 하면서 악착같이 살아온 아내 안미숙(52) 씨는 이후 왼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왔다.

"아내가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친구도 있고, 동창회도 나가고…. 아내는 이날 이때까지 친구도 없이 일만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맘이 아픕니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겨내기 어려웠을 상황이다.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조 씨 가족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었다. 조 씨는 마인버스 소속 기사다. 회사 배려로 지금은 휴직 중이다. 동네 이웃, 단체, 모임 등에서 조금씩 보태주는 힘 덕분에 버틸 수 있다.

일주일 내내 병원을 오가는 조 씨 바람은 단 하나. "식구들 모두 건강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열심히, 재밌게 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