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 덴마크 현지 정유라 인터뷰 음성 공개

기성언론들보다 1인 미디어나 독립언론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요즘입니다. '미디어 몽구'나 '길바닥 저널리스트'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죠. 특히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는 지난달부터 독일에서 정유라 씨를 추적했다고 합니다. 자비를 들여서 말이죠. 2일 새벽(한국 시간) 정유라 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됐고 현지 법원에서 영장심사를 기다리던 시간 기자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박 PD가 3일 이때 녹음한 육성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 살펴보시죠. /편집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태풍의 눈' 정유라(21) 씨에 대한 육성 인터뷰가 공개됐다.

3일 새벽, 1인 미디어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유라 씨에 대한 육성인터뷰 영상이 업로드됐다. 총 8분 20초가량의 영상 속에는 수척한 모습의 정 씨가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인터뷰 당시 정 씨는 덴마크 현지 법원으로부터 영장심사를 받으려고 대기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 정 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 한결같이 부정했지만 질문을 회피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가 구금연장 심리가 열린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휴식시간 중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길바닥저널리스트 캡처

◇이화여대·세월호 7시간 등 의혹들 "모른다"

이화여대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휴학을 하지 않고 독일로 떠난 이유를 묻자 "어머니(최순실 씨)를 통해 자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 씨는 "아기를 낳자마자 독일로 떠났기에 담당 교수가 누군지도 모른다"고도 말했다.

외국으로 외화를 불법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그녀는 "아버지(정윤회 씨)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아버지 명의의 강원도 땅을 받았다"며 "그 땅으로 담보를 잡고 외환은행에서 총 2차례에 걸쳐 36만 유로(약 4억 5600만 원)를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대출받은 돈은 모두 갚았으며 독일에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냈다는 게 정 씨의 주장이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아버지가 일할 때인 초등학생 때였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어머니랑 사이가 틀어진 상태라 박 대통령이 그날 뭘 했는지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주사아줌마'로 알려진 백아무개 실장에 대해서는 "누군지 알 것 같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정 씨의 체포 당시 정 씨의 독일 도피생활을 도운 '호위무사' 데이비드 윤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데이비드 윤은 어딨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정 씨는 "연락이 안 된다"며 "그 사람은 나와 연락 자체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해 데이비드에 대한 원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정 씨는 "남자친구 문제로 재산포기각서를 써야 할 정도로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졌다"며 "나중에는 중간에서 박원오 전무를 통해 서로 얘기해야만 했다"고 말해 최 씨와 정 씨의 모녀관계가 심각한 상태까지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정 씨의 주장에 따르면 박 전 전무는 어머니와의 대립으로 힘들어하던 정 씨가 독일에서 승마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한 장본인이다.

15.jpg

◇"정유라, 취재진 앞에서 매우 당황한 모습"

영상을 공개한 박훈규 PD는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유라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정 씨에 대해 "아직 20대 초반의 여린 모습이었으며 입술이 바짝 말라 보이는 게 취재진 앞에서 매우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나름 차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도 보였다"며 "'아이를 보고 싶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면 병원이든 사회시설이든 어느 곳에서라도 특검조사에 응하겠다'고 울먹이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육성인터뷰 진행 후 이뤄진 영장실질심사에서 덴마크 현지 법원은 정 씨에게 '4주 구금' 판결을 내렸다. 오는 30일 오후 9시까지 구금이 연장된 것이다.

박 PD는 재판 당시 정 씨의 모습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그는 "(정 씨가) 판사의 질문에는 국선변호사의 도움으로 답변을 했으며 이후 4주 구금 판결이 난 후 소리 내며 울기도 했다"며 "항소여부를 묻는 말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법정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후 정 씨는 변호인을 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박 PD는 "귀국 후 단독 미공개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정 씨는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은신하던 중, JTBC 이가혁 기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에 의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4시 10분경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 팀은 정 씨의 국내 송환 여부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영상을 공개한 박훈규 PD는 지난해 12월부터 독일 현지에 머물며 정 씨를 추적해왔다. 그는 같은 달 27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독립기자에겐 충분한 취재비용이나 인프라가 없어 방송사들에 공동 취재 의사를 타진했지만 실패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독립저널리스트도 충분히 준비만 잘하면 해외 취재, 탐사 취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오마이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