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법위반 아니라 행정상 단순 실수…자녀 키우는 부모, 증거인멸 도주 우려 없어

지난해 무상급식을 중단시킨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을 추진한 관련자 두 사람이 구속되었다. 또 네 명은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두 명이나 구속되면서 홍 지사 주민소환 운동을 벌인 이들은 마치 조직적인 범법 집단처럼 되어 버렸다. 구속자 중 한 사람은 무상급식 촉구 서명 명단을 주민소환청구서명부에 옮겨 적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읍·면·동이 구분되지 않은 수백 명의 서명부를 새로운 서명부에 옮겨 적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발표만 보면, 마치 구속자들은 서명부를 허위로 만든 파렴치한 죄를 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처음 구속된 사람의 경우 구속자와 함께 조사받던 사람들과 진술이 맞지 않아 더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한데다 구속자 본인이 법을 잘 몰라 착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번째 구속자의 경우도 혐의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행정상 단순 실수를 범한 것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구속자들이 서명부 보정 작업을 하다 법을 잘 알지 못해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있지만, 경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 모의를 벌인 것으로 본다면 어불성설이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려면 절차를 잘 지켜서 법을 위반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과 선관위의 판단에서 주민소환 절차가 대단히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선관위의 서명부 보완 작업 지시에 따라 빠듯한 시간 동안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하면서 현행 주민소환 제도가 주민소환을 가능하게 하려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막으려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암담했다.

투표권자 주민의 10% 이상 서명, 등록된 수임인에게만 주어진 서명 청구 자격, 서명부 주소와 주민등록상 주소의 일치, 서명 후 이사할 경우 서명 무효 등 서명부 작성은 요건이 엄격하기 이를 데 없다. 선관위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유효서명에서 배제된 경우도 허다했다. 이 과정을 완벽하게 완료해도 겨우 주민소환의 1차 관문을 넘게 된다. 물론 선거로 뽑힌 단체장의 직위를 박탈하려면 요건이 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행 주민소환 제도와 선관위의 해석이 실상은 주민소환을 불가능하게 만들 지경으로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놓은 것이 이번의 구속 사태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구속 건은 홍 지사 주민소환 운동과 맞불을 놓기 위해 벌어진 박종훈 도교육감 주민소환에 대한 수사 결과와 비교해 봐도 형평이 맞지 않다. 박 교육감 주민소환 운동은 수임인 자격도 없는 이들이 자신들이 확보하기 힘든 도민의 개인정보로 조직적 허위 서명을 벌인 것이 드러났다. 공무원들과 도 산하기관, 관변단체까지 동원된 교육감 주민소환 운동은 그 자체로 총체적인 불법행위였으며 배후가 지극히 의심스러웠다. 그럼에도 수사기관과 사법 당국은 현재까지 배후를 철저히 규명하지 못했다. 또 경남도새마을회까지 불법 서명에 가담한 사실이 최근 가담자의 자백을 통해 드러날 정도로 수사는 허점을 노출했다.

강성진.jpg

나는 홍 지사 주민소환 운동을 추진한 단체의 주요 책임자로서 구속된 학부모들의 범법 혐의가 분명하다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는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구속자들 중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이는 없다. 구속자들은 초등학생 학부모이거나 현직 시의원 가족이다. 불구속 상태에서라도 얼마든지 수사는 가능하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구속자들은 가족과 지역사회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