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필승

가끔 그럴 때 있잖아.

슈퍼에 누가 다녀오느냐를 놓고 아내와 신경전을 벌이는 거.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가위·바위·보 아니겠어?

 

좀 색다르게 종이에 각자 낼 가위·바위·보 순서를 적기로 했어.

심판은 딸에게 맡겼지 뭐.

 

"예지, 엄마 뭐라고 적었어?"

"빠, 묵, 찌"

"그러면 아빠는 뭐라고 적었지?"

"찌, 빠, 묵… 엥? 아빠, 엄마 거 보고 적은 거 아냐?"

 

아빠가 엄마 마음을 훨씬 잘 헤아린다는 증거 아니겠어?

그 증거로 슈퍼도 내가 다녀오기로 했지.

그나저나 3대 0이라니.

종이를 번갈아 보며 눈이 커지던 딸 표정을 잊을 수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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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쟁

 

딸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는데 두 조각 남았어.

막바지에 정리해놓지 않으면 한 조각 남았을 때 곤란하잖아.

미리 선을 그었지.

 

"예지, 둘 중 하나 골라. 둘 다 먹을 수는 없어."

"알아."

 

잠시 고민하던 딸은 네모와 세모 중 네모 샌드위치를 골랐어.

입으로 넣으려는 순간…

 

"잠깐, 아빠도 그거."

 

입으로 향하던 손을 멈추며 움찔하는 딸 표정이 웃겼어.

당연하지. 이런 일은 처음 겪었을 테니.

하지만 딸도 경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잖아.

 

"가위·바위·보 해."

 

세상 이치가 그렇듯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하자는 사람이 이기더라고.

 

"아빠가 이겼으니까 이긴 사람 마음대로 할게. 예지가 네모 먹어."

"그러려면 왜 가위·바위·보 했어?"

"이겼지만 양보하는 모습 멋있지 않아?"

"아니."

 

져서 심술부리는 게 꽤 귀엽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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