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 간담회를 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출입 기자단 초청 간담회를 연 것인데 근신하고 있어도 국민 원성이 자자할 판에 자기 하소연으로 일관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성명이 있을 때마다 국민 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번에도 그런 결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국민 속 뒤집는 기자간담회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국민의 반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변명이라면 지나치게 감정적이었고 여전히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대통령에게 마음을 바꿀 국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그만큼 마음이 다급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헌재 탄핵심판 속도가 빨라지고 박영수 특검의 수사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헌재는 3월 초 탄핵결정을 목표로 3일부터 한 주에 2회 재판으로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현재 상황에 처한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검찰 조사를 두 차례나 거부했고 기자회견장에서 질문도 받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처지가 그토록 억울하다고 여겼다면 그 때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어야 했다.

국민은 사건을 엮을 줄도 모르고 언론 또한 국민을 상대로 거짓을 말할 수는 없다. 지금 대통령은 혼자 아니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처지다. 법 위반 여부를 떠나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만으로도 국회 탄핵과 수백만의 촛불로 이미 국민은 대통령과 결별한 것이다.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의도는 자신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물타기와 차후의 법정 공방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이다.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일 수도 있다. 대통령의 말이 전적으로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국가 지도자의 변명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발명할 기회와 국면 수습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치고 이제 와서 국민에게 하소연하는 모습은 국민의 판단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증명한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더 이상 국민 억장 무너지게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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