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혼돈 딛고 촛불로 어둠 밝혔듯이…절망·분노 차츰 희망으로 바뀌어가길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2016년만큼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많이 일어났던 해는 드물었던 듯싶다.

2월 정부가 테러방지법 제정을 밀어붙였고 국회의장이 이 법안을 직권으로 상정하자 야당은 192시간 필리버스터로 이를 저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테러방지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남북 협력의 상징 같은 존재이던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정부가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갑작스레 결정했다. 개성공단에 있던 기업들은 대책도 없이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북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겠지만 그 수단이 개성공단 폐쇄여야 했는지, 그리고 그 결정과정이 꼭 그런 방식어야 했는지는 여전히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4·13총선이 이어졌고 그 결과로 여소야대가 됐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였다.

6월에는 서울 지하철 정비업체에서 일하는 젊디젊은 청년이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밥 먹을 시간이 모자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젊은 수리공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알려지면서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정부의 경북 성주 사드 배치 결정은 성주군민들은 물론이고 여름 내내 나라를 들끓게 했다. 주민들의 강경한 반대에 직면한 정부는 사드 배치 위치를 성주군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으로 무마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사드배치 결정 여파가 중국에서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방송프로그램 방영 제한, 유커의 한국 관광 제한까지 나서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경제적 손해가 뒤따를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경주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지진이 났다. 지진은 한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연이어 났다. 인근 지역은 핵발소가 밀집해 있다. 정부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9월에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종료됐다.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고, 활동 연장이 필요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그리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졌다. 국민들은 더욱 절망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한숨 가득한 한 해였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만큼 혼돈스러운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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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둠만 있었을까? 국민이 주말마다 거리로 쏟아져나와 촛불을 들었고, 그 힘으로 박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었다. 12월 9일 일부 친박의원까지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탄핵안이 가결됐다. 세밑에는 실직 위기에 놓였던 수백 명의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약속받았다.

2017년은 이처럼 2016년에 겪었던 절망과 분노가 차츰 희망으로 바뀌어가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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