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삶 공유하는 건 크고 진한 행복…새해엔 더 다가가 몰랐던 존재 발견하길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가족들과 함께 조촐한 송년회를 했다. 가족들 모두 같은 목소리로 열심히 살았던 한 해라고 평가하고 격려해 주니 고마웠다. 아내와 나는 몸의 변화로 인한 통증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었다. 몸의 변화로 내 맘 같지 않았던 시간들, 그로 인한 마음의 변화로 몸이 아팠던 시간들을 마주하였다. 나에겐 낯선 경험이라 때로는 우울하기도 했지만 삶의 또 한 시기를 건너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겪는 삶의 통증이니 어쩔 수 없다.

고마운 것은 아픔을 공유하며 삶을 나누는 이웃들과의 만남이다. 내 삶을 이웃과 공유하는 것은 크고 진한 행복이 된다. 이곳 토기장이의 집이 있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도는 토기장이의 집에서 생긴 새로운 인연들로 참 행복한 순간이 많았다. 짧은 만남과 지속적인 인연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토기장이의 집을 찾는 이들이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이고 싶고, 나만의 삶을 힘 있고 당당하게 살고 싶은데 현실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요구받는 삶에 부응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며 살아왔다.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삶의 방향과 철학이 있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나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어야한다. 이 질문은 우리를 새롭게 할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내 삶의 자리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솔직한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관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가족이면 더 좋겠다. 그런 관계를 위해서 우선, 남편이 혹은 아내가 내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무엇을 희망하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행복하려면 나를 둘러싼 환경이 행복해야 하기에 그렇다. 나의 환경은 1차적으로 나의 가족이며 또 이웃들이다. 이웃의 아픔과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새로운 삶의 방향을 내 안에 담는 것과 같다.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은 바로 관계의 부재로 생긴 공허함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관계 맺기'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그것을 통해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좀 더 친절하고 세심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녀들을 감시하지 말고 가만히 응시하는 시선도 필요하다. 그러한 자기훈련은 자연 속에서 스치듯 지나는 바람, 구름, 그리고 작은 햇살에도 고마워하는 품성을 가지도록 돕는다. '나'라는 존재는 바로 가족, 이웃, 그리고 나를 품은 자연까지 그들이 있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살기 위해 '나'는 '너'의 존재들과 깊은 '관계맺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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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혼밥, 혼술이 새로운 문화처럼 자리하고 있다. 자기 성찰의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깊은 자기성찰을 위한 '고독'과 혼밥 문화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혼밥, 혼술 문화는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의 극한 단면을 말하고 있다. 카페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는 젊은 연인들이 카톡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경험이 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건강한 소통에서 시작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새해에는 내 곁에 있는 모두에게 더 자주 인사를 건네며 살았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도 새로운 것이 보이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2017년도에는 익숙했던 것들 안에 미처 몰랐던 존재의 발견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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