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주민소환 서명부 '옮겨적기', '조직적 범행' 교육감 주민소환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수사의지는 되레 강경

'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 수사와 관련해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주장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즉 보수단체 중심으로 추진한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과정에서 홍준표 도지사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징역형을 선고받았기에, 진보단체 중심 '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 과정에서 드러난 이번 불법에서 '수사 균형'을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또 일각에서는 '주민소환 추진에서 보수든 진보든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두 사건을 같은 잣대로 바라볼 수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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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주민소환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DB

◇홍 지사 측근들 '조직적 대규모 범행' = 2014년 12월 불거졌던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에는 모두 26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박치근 전 경남FC 대표,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 박권범 전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도 사무관 공무원, 도지사 비서실 직원, 경남FC·경남개발공사 직원, 대호산악회 회원 등이었다.

박치근 전 대표 주도 아래 이들은 지난 2015년 11~12월 도민 19만 명분 개인정보를 빼내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에 2300명분을 허위 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박치근 전 대표, 박재기 전 사장은 징역 1년 6월 실형을, 나머지는 집행유예·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 판결문을 보면 사건 중대성을 알 수 있다. 판결문에는 '매우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비록 중도에 발각돼 주민소환 투표까지 이르지는 못하였다고 할지라도 결코 가볍게 처벌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자신들만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민소환제도를 불법적으로 악용하였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중하다'고 되어 있다. 특히 피고인들에 대해 '경상남도 산하 단체의 장으로서, 경상남도 보건 분야 고위 공무원으로서 그 직책에 따른 의무와 본분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범행을 저질렀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서명부 위조 작업에 깊이 관여하였다'며 엄중 처벌 필요성을 나타냈다. 또한 증거 인멸, 허위 진술, 범인 도피에 대해서도 죄질 불량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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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읍·면·동 정리 때 441명분 옮겨 적어' = 이에 비춰보면 지금 수사 중인 '도지사 주민소환' 서명 의혹은 온도 차가 크다. 현재 송순호(무소속·내서읍) 창원시의원 부인 ㄱ 씨와 내서주민 ㄴ 씨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되고, 또 다른 주민 4명이 불구속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ㄱ 씨가 "읍·면·동이 구분되지 않은 서명부를 새로운 서명부에 옮겨 적어라"고 지시했고 441명분을 실행에 옮긴 혐의를 우선 적용했다. 경찰은 ㄱ 씨의 의도적인 허위서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보고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소환본부와 주민들은 '읍·면·동이 섞여 있는 서명부 일부를 무리하게 옮겨 적은 점'은 인정하며, 그에 따른 처벌은 감내하겠다는 견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범죄, 즉 다른 개인정보를 들고 와 조직적으로 허위서명을 한 사실은 없었다고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검·경 수사 의지도 확연한 차이 = 이렇듯 두 사건을 비교해보면, 홍 지사 측근이 연루된 '교육감 주민소환'은 △관이 조직적으로 개입 △도민 개인정보 무더기로 유출·동원 △대규모 허위서명이 이뤄진 점 등으로 요약된다. 법원이 밝혔듯 '중대 범죄'임에 틀림없었다.

반면 이번 '도지사 주민소환' 논란은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만을 놓고 볼 때는 '이미 받아놓은 서명 441명분을 옮겨적은 법 위반'으로 압축된다. 특히 읍·면·동별 정리를 위해 옮겨적는 부분은 선관위가 이후 '보정기간 허용'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검·경 수사 의지'도 두 사건에서 온도 차를 나타낸다.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당시 경남도청 비서실 직원 2명도 연루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비서실장은 홍 지사 곁을 오랜 기간 지키며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장수 현 비서실장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드러난 상황에 비춰보면 '홍 지사가 직접 지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묵인은 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윗선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검·경은 "제기된 의혹만으로 수사할 수는 없다"며 손을 놓았다.

반면 현재 '도지사 주민소환' 관련 수사는 주민 반발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소환본부·주민 측은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사'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받는 주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기에 이런저런 해석을 내놓는 것 같다. 드러나는 사실만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일이 대응할 필요조차 없는 얘기들"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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