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남해군수가 소위 판공비라는 업무추진비의 사용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참으로 널리 칭찬 받을 만 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공직자들의 판공비가 베일에 가려 항상 말썽의 소지가 되어 온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었다. 지자체의 예산에서 판공비로 편성된 액수가 98년 기준으로도 총 70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내역이 불분명하여 납세자들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건만 이를 제대로 공개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더욱 기막힌 일은 그 동안 정보공개법에 따라 지방정부의 예산집행과 관련된 서류들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도 여러 차례 있었건만 이것이 무시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극히 일부 지자체가 부분적으로 행정정보를 공개하는 가운데 판공비 내역에 대해서도 사용총액이나 포괄적인 내역만을 밝히는 정도에서 머물러 왔을 뿐이다.

주민들이 납세의 의무를 지닌다면 지방정부가 거둔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납세자들에게 성실하게 알리는 일 또한 너무도 당연한 의무란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예산집행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사전에 차단될 수 있다는 명백한 이치를 모르는 이도 없을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이념 역시 주민의 참여 없이는 제대로 구현될 리 없고, 올바른 참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알 권리가 먼저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원리 또한 기본에 속한다. 남해군의 모범이 돋보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너무도 기초적인 법규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딱한 현실에 대해서는 개탄할 필요도 없이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판공비 등 낭비성 예산을 포함하여 지자체나 각 행정부처의 예산집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원칙적으로 완전히 공개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이 개정,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근거가 애매한 비공개 사유를 명확하게 손질하고, 법규를 위반할 때에는 그에 따른 제재조치가 가해질 수 있도록 정비되어야만 할 것이다. 나아가 판공비와 같이 모호한 예산지출로 인해 세금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감사기구나 지방의회 차원에서의 철저한 감시감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지자체 스스로가 지역주민의 의무에 따른 권리를 존중하여 지금이라도 정보공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특정인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하고 눈치를 살피는 단체장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자치시대의 퇴출 대상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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