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자신을 가꾸는 시대, 남성 전용 미용실 '바버샵'"

바버샵. 남성 전용 미용실을 뜻한다. 물론 바버샵 이전에도 남성 전용 미용실 '이발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남성들도 자신을 가꾸는 시대가 됐고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단어)'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던 중 남성을 위한 미용실이 새롭게 등장했다. 바버샵은 현재 머리를 자르는 것은 물론이고 남성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자 사교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 경남에도 바버샵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갔다.

미용에 눈뜨게 된 중학교 3학년

처음 방문한 바버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문을 열자 과거 이발소에서나 봤을 법한 의자와 다양한 미용 도구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매장은 남성들로 북적였다. 그곳에서 장규성(26) 점장을 만났다. 장 씨는 어떤 계기로 미용업을 시작하게 됐을까?

"어렸을 때 옆머리가 많이 떴어요. 외모에 관심이 많던 사춘기 시절엔 정말 스트레스였죠. 다운펌(약품을 사용해서 전체적인 머리 숨을 죽여주는 작업)이란 작업을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였는데 그땐 저도, 미용사도 몰랐던 거죠. 수많은 미용실을 돌아다녔지만 만족을 못 했어요. 그때 '이럴 거면 차라리 내가 배워서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바로 미용 관련된 공부를 시작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고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가 중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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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규성 Q헤어 바버샵 창원·마산점 총괄 점장. / 박성훈 기자

장 씨의 의지는 확고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미용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곧바로 업계에 뛰어들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총괄 점장'이라는 자리에 올라섰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저의 노력도 있었지만 '사람'을 잘 만났다고 생각해요. 바버샵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Q헤어 대표님을 만나게 됐죠. 지금까지도 저를 많이 응원해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세요. 대표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바버샵으로 전향한 후 장 씨의 매출도 몇 배로 뛰었다고 한다.

"약 3배 정도의 매출을 더 올리고 있습니다. 또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했죠. 더 전문적이고 남성 머리에 특화된 기술이나 여러 방법들을 지금도 꾸준히 익혀나가고 있습니다."

현대식 이발소

바버(Barber)는 우리말로 이발사란 뜻이다. 중세 시대 서양의 이발사들이 면도를 해주거나 머리를 깎아주던 것이 현대로 넘어와 바버샵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용실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바버샵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현대식 이발소'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매장에 적게는 20대 후반에서 많게는 50대 남성분들도 방문하십니다. 사실 미용실 입장에서 보자면 남성들은 부가적인 존재죠. 예를 들어 여성 고객들은 염색이나 파마를 할 때 2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지만 남성은 많아야 5만 원 정도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성 고객을 위한 서비스나 기술 등에 집중하게 돼요. 그런데 바버샵은 남성에 특화된 스타일을 연구하고 눈썹, 수염을 관리하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이처럼 남성에게 특화된 스타일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큰 차이이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많은 남성들이 매장을 찾았다. 눈빛 속에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듯했다. 그러나 경남에서 대표적인 바버샵이 되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 매장을 열었을 때는 바버샵이란 개념도 생소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입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남성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머리잖아요. 친구나 주위 동료가 머리가 잘 됐다고 느껴지면 어디서 했냐고 물어보죠. 그렇게 하나둘 바버샵의 존재를 알게 되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추전해주고. 그런 우여곡절을 견디니까 이런 순간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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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헤어 매장 내부. / 박성훈 기자

바버샵은 미용실에서 누리지 못한 서비스나 놀이를 남성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장 씨도 거기에 맞춰 경남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했다.

"저는 고객들에게 머리를 자르러 가는 게 아니라 휴식을 취하러 간다는 개념을 정착시키고 싶어요.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죠. 여름에는 맥주나 와인을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합니다. 또 창원점에는 향수를 뿌려볼 수 있게 매장에 구비해뒀죠."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장 씨에게 미용업은 '천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고객들이 저를 믿고 찾아줄 때, 그것보다 행복한 게 있을까요? 아! 그중에서도 '희열'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의외로 파마나 염색을 한 번도 안 해본 고객들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 조금만 변화를 주면 훨씬 어려 보일 수 있는데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못 하는 거죠. 그럴 땐 저를 믿고 한 번 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요구하죠."

고객과의 상생

장 씨의 경영관 또한 특별했다. 고객과의 '상생'을 신조로 삼고 매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서비스업의 고질병이 있어요. '고객이 왕이다'며 절대적인 '을'을 자처하는 거요. 저희는 기술자입니다. 열심히 갈고닦은 기술을 고객을 위해 서비스하는 거죠. 누가 위에 있고 밑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간의 '상생'이 필요한 겁니다. 고객이 있어야 저희가 있듯이 저희가 있어야 고객도 있는 거죠. 직원들에게도 이런 부분만큼은 철저히 교육하고 있습니다."

장 씨는 Q헤어에서 '그랜드 마스터'란 직책도 가지고 있다. 1000명이 넘는 개인 고객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칭호'다. 장 씨에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귀가 안 좋으신 고객 한 분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평소처럼 최선을 다해서 머리를 잘라 드렸죠. 나중에 그분이 다시 매장에 방문하셨는데 종이에 무언가를 쓰시더라고요. 받아보니 '정말 감사하다. 다른 곳에서는 머리를 대충 잘라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줘서 정말 고맙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어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죠. 힘이 들 때면 항상 그분을 떠올리면서 견뎌내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바버샵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업체들이 협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장 점장도 맞춤 정장과 연계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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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규성 Q헤어 바버샵 창원·마산점 총괄 점장. / 박성훈 기자

"그 부분도 꼭 말하고 싶었어요. 현재 상남동에 새로운 매장을 열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테일러 디자이너(Tailored Designer)와 같이 협업을 하는 겁니다. '샵앤샵' 같은 개념인데요. 머리와 정장을 한 매장에서, 한 번에 할 수 있으니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죠. 아직까지는 구상 단계라 더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꼭 접목 시켜볼 생각입니다."

많은 남성들이 머리를 정돈하기 위해 왁스(유분을 이용해 머리 모양을 정돈하는 헤어 스타일링 제품의 일종)나 스프레이 같은 제품을 사용한다. 그러나 정확한 사용법을 알지 못해 머리가 '뭉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왁스를 사용할 때는 손에서 완전히 녹여야 합니다. 그래야 안 뭉치고 원하는 머리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량만 사용해도 훨씬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줄 수 있죠. 그리고 왁스를 자주 사용하는 분들은 일주일에 2번 정도 '트리트먼트'를 해주면 됩니다."

더 크게 성장할 바버샵

바버샵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사실 미용실은 정말 포화상태죠. 한 상가에만 3~4개의 미용실이 있잖아요. 전 후배들이 꼭 거기서만 답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바버샵은 앞으로 더 성장할 거고 많은 헤어 디자이너들이 필요하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이곳에서 개인적인 인맥이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혹시 바버샵을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두려움은 잠시 내려두고 꼭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는 유쾌했다. 그 즐거움 속에서도 장 씨가 가지고 있는 자긍심과 진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가 꿈꾸는 목표가 궁금해졌다.

"제가 항상 생각하는 건 '분업화'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남성과 여성의 머리는 다르거든요. 추구하는 스타일도, 접근하는 방식도 틀리죠. 선진국인 나라들은 대부분 분업화가 이루어져 있어요. 사실 그렇게 해야 헤어 디자이너들의 실력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바버샵이 지금보다 더 전문적인 기술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겠죠?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꼭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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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헤어 매장 전경. / 박성훈 기자

인터뷰가 끝났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다시 머리를 자르러 가는 장 씨를 붙잡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다른 것보다 우리 미용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학원에서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생들을 보면 꼭 노예처럼 사는 것 같아요. 물론 서비스업이 힘들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면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죠. 힘들고 어렵더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훌륭한 '헤어 디자이너'가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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