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로 콩 갈아 메주 만들기 체험…작은 것도 소중함 깨닫는 기회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함께 보육하고 있고 생활중심교육과 체험중심교육을 지향하는 우리 어린이집의 교육 활동 중에는 건강한 먹거리 교육을 강조하고자 텃밭에서 입속으로 연결하는 활동이 많다. 가령 배추를 심어 풀을 뽑으면서 배추벌레도 잡고, 배추를 솎아 배추전을 직접 구워 간식으로 하고 늦가을에는 김장까지 해보는 활동이다. 그리고 모내기와 추수활동도 하는데 자신의 수확물이라 쌀 한 톨도 귀하게 여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편식도 줄고 먹거리의 소중함과 농부의 땀과 수고를 느끼며 몸과 마음을 기르고 있다.

그중 '콩 프로젝트-아이랑, 콩이랑' 활동이 있다. 아이들이 호미로 땅을 파서 이랑을 만들고 구덩이에 콩 3알을 심었다. 한 알은 들짐승이 먹고 또 한 알은 날짐승이 먹고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이 먹을 씨앗이다. 고라니가 밤마다 수시로 들락거리며 새싹을 뜯어 먹었고 낮에는 새들이 제 집처럼 드나들며 여린 콩알을 맛나게 먹었지만 남은 한 알의 콩대에도 수 백 알의 콩이 다닥다닥 맺혔다. 자연과 공존하려는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기특한 듯 햇살과 비도 합세를 해주어 꼬마 농부의 어설픈 손놀림에도 콩알이 튼실하게 잘 여물었다.

아이들은 그 콩알을 수확하여 가마솥에 쑤어서 메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린이집 황토방에서 메주를 잘 띄워 간장과 된장까지 만들 참이다. 남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 참이었다.

콩을 삶아 맷돌에 갈아서 다시 가마솥에서 끓이면 천연 두유가 되어 시판 두유의 맛과 비교할 수 있어 식품첨가물에 대한 인식도 아이들의 혀가 바로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간수를 넣으면 뿌연 콩물이 뭉글뭉글 뭉쳐지는 마술 같은 장면도 재미있어 할 것이며 두부 판에서 굳어진 손두부의 고소한 맛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두부 찌꺼기인 콩비지로 비지전을 아이들이 직접 요리하여 간식으로 먹을 것이기에 어느 것 하나 버릴 것도 없이 영양 많고 맛있는 먹거리로 변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온고지신으로 요리도구도 옛날에 사용했던 우리의 전통적인 기구를 사용하면서 옛 선조의 생활상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믹서 대신 맷돌을 사용하고 가스불 대신 장작불을 지펴 가마솥을 이용하기로 했다.

수업 준비를 위해 황토방에 보관했던 맷돌을 가져와서 씻는 중에 살펴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황토방에 장식물로 전시를 해 놓고 진작 사용은 하지 않았기에 맷돌의 손잡이가 없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주변에서 쉽게 어처구니용 나무를 구할 수 있어 아이들이 맷돌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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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의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없다면 맷돌을 사용할 수가 없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이라도 어처구니가 없이는 무거운 돌판인 맷돌을 돌릴 수가 없다. 하지만 어처구니는 굵은 나무나 긴 나무가 아니다. 단지 손바닥 길이 정도이고 손안에 꽉 쥐일 정도의 굵기이면 충분하다. 아이들이 어처구니를 잡고 맷돌을 돌리면서 굵은 나무가 아닌 작은 나무토막도 이처럼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다른 아이에 비해 자신의 신체가 작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의기소침했던 아이가 있다면 오늘 이 맷돌을 돌리는 활동을 통해 작은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달아 이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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