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와 정경유착에 국민 공분…재벌개혁·해체는 차기 집권세력 시금석

작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연인원 1000만 명의 촛불시위가 진행되면서 향후 우리 사회 민주화의 하나로 재벌개혁 내지 재벌해체 요구가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위기를 야기한 주범이 재벌이라는 지적이 배경이 됐다.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재벌체제 해체와 민주적 기업 확립'을 강령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주축을 이룬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재벌해체가 자신의 고용을 불안하게 할까 우려해 나서지 않았고 재벌해체 동력은 사그라졌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사회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재벌해체의 조건은 무르익는 듯하다. 외환위기 후 재벌이 일감 몰아주기와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을 일삼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자영업자를 고사시키는 등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널리 인식하게 됐다. 또한 재벌이 정경유착, 언론 지배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허구화시킨 사실도 낱낱이 드러났다. 대기업이 총수 일족의 지배 아래 있지 않았더라면 총수의 약점을 이용한 박 대통령의 재단 모금과 최순실 관련조직에 대한 부당지원 요구에 그렇게 순순히 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재벌체제는 또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사례에서 보듯이 무능한 후계자에게 경영을 맡김으로써 기업 자체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재벌이란 다수 업종에 걸친 대기업 집단을 총수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경영체제를 말한다. 자본주의경제 발전과정에서 어느 나라든 초기에는 창업자들이 여러 업종에 기업을 창업하는 과정에서 재벌체제가 나타난다. 그러나 상속을 통한 소유 분산, 상속세 중과세, 반독점법, 금산분리 등을 통해 재벌체제는 해소되어간다.

재벌 해체는 공황이나 전쟁, 불평등 심화 등 큰 사회경제적 위기가 있을 때 이루어졌다. 미국에서는 대공황 직후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금산분리 조치와 함께 자회사 이윤에 대한 중과세로 카네기, 록펠러 등의 재벌체제가 해체되었다. 일본 재벌은 전후에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져서 점령군사령부의 요구로 강제로 해체되었다. 독일도 전후에 크루프 재벌 등 콘체른이 해체되었다. 이스라엘은 10개 재벌그룹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재벌 왕국이었다. 재벌 횡포에 따른 물가 앙등에 항의하는 2011년 전국적인 시위를 배경으로 2012년 4월 내각은 재벌해체안을 수용했다. 재벌그룹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를 함께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현행 재벌그룹은 3단계, 신규 재벌그룹은 2단계까지만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등 피라미드 지배구조가 제한되었다. 집단소송과 대표소송 등 소수주주 권한 강화 조치도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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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주주대표 소송제 도입) 통과 등을 통해 재벌 개혁에 나서겠다고 하고, 개혁보수신당도 재벌개혁 의지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재벌총수의 전횡을 약간 견제하는데 불과하다. 소유경영구조의 근본을 바꾸어야 한다.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최고경영자 후보를 추천하는 제도를 총수가족 후계자에게도 적용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촉진해야 한다.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순환출자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 나아가서 주주의 배타적 권리만 인정할 경우 고용안정과 불평등 개선보다는 단기이윤 극대화에 주력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처럼 노동자 경영참가권을 제도화해야 한다. 재벌해체 내용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전문연구위원회에서 국민의 요구와 역사적 사례 등을 토대로 연구하게 하고 국회에서 토론을 거친 후 입법화하면 될 것이다. 재벌해체의 성패가 향후 우리 국민의 운명을 좌우한다. 차기에 집권을 시도하는 정치세력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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