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수사 열흘만에 첫 구속…박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 탄력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31일 구속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향한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문 전 장관은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첫 사례이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 최순실 씨, 삼성그룹을 둘러싼 유착관계를 규명할 결정적 인물을 수감한 것은 공식수사 개시 열흘 만에 올린 성과다.

영장 발부는 문 전 장관이 죄를 지었을 개연성이 소명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전제된 것이라는 점에서 특검팀의 수사 논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PYH2016123015460001300_P2.jpg
▲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는 문형표 전 장관이 3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자신감은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도 엿보인다. 특검팀은 28일 오전 1시 45분께 문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으며 구금 시한(48시간)을 10시간 이상 남겨두고 29일 오후 영장을 청구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쓰지 않고도 거뜬히 커트 라인을 넘은 셈이다.

이제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지시한 배경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이 성사됨에 따라 그룹 경영권 승계의 고비를 넘겼고 그 대가로 삼성전자가 최 씨 측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과 올해 3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앞선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작년 8월 최 씨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스스로 밝힌 것을 보더라도 합병이 3천700억원의 평가손실을 낳았고, 삼성이 최 씨 측에 이례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제공한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상태에서 이면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작년 7월 25일 업무 수첩에서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기재를 확인하는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 측을 상대로 한 조사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C0A8CA3D000001593D98726000067D70_P2.jpeg

특검은 최 씨 일가에 대한 삼성그룹의 특혜성 지원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불러 조사했으며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한 그룹 고위층도 조만간 소환 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타깃으로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부회장이 거론된다.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 최순실 쪽 특혜성 지원 결정의 배경 등이 핵심 조사 대상이다.

특검은 뇌물 의혹 수사 외에도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정부·공공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를 두 차례 소환해 강도 높게 조사했으며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산 모철민 주프랑스 한국대사도 불러 사실관계를 따졌다.

특검은 수사 진전에 따라 혐의가 구체화한 다른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박 대통령 대면 조사를 앞두고 포위망을 좁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이세원 송진원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