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마지막회) 자연이 준 선물 만끽하며 떠나길

'일탈의 짜릿함과 함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 아닐까?'

일이었지만 무척 설렜나 보다. 정확히 2년 10개월 전 '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을 시작하면서 썼던 첫 줄에서부터 한껏 들뜬 마음이 읽힌다.

그 마음도 잠시, 습관처럼 기사 마감 날은 돌아왔다. 마냥 신날 줄 알았던 여행이 일로 치환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절을 품은 절경에 때론 가슴이 벅찼고,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엔 연신 벌어지는 입을 주체하지 못했다.

100곳에서 5곳을 못 채웠지만 전국 8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차곡차곡 쌓인 기사는 어느새 잊지 못할 추억의 사진첩이 되었다.

'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을 마무리하며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을 되돌아본다.

◇겨울 = 연하장 같은 풍경을 선물했던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은 그 기억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설화산을 배산으로, 남서로 흘러내린 산줄기의 남서향에 기와집과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이룬 마을이다.

지금 떠난다면 코끝이 빨개지는 알싸하지만 맑은 공기와 포근한 설경이 우리를 반길 것같다.

연하장 같은 풍경을 선물하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아산시는 아산과 온양, 도고 3대 온천이 자리한 온천의 도시다. 온양온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가운데 한 곳이다. 뜨뜻한 온천에서 여행을 마무리해도 좋겠다.

역동적인 겨울을 원한다면 자연과 어우러진 서부 경남권 유일한 겨울축제가 펼쳐지는 금원산 얼음축제(거창군 위천면 금원산길 412)를 찾아도 좋겠다. 얼음 미끄럼틀, 썰매 등 겨울 놀거리와 볼거리 풍성한 얼음조각전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9회 2017 거창금원산얼음축제는 내년 1월 21일까지 거창군 금원산자연휴양림 일대에서 열린다.

새해 해맞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정동진(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역길 64-3)으로 떠나도 좋다. 정동진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간이역이 있는 해변으로 길이는 250m, 면적은 1만 3000㎡이다. 일출과 함께 정동진은 시간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정동진 바다를 마주하고 자리한 모래시계 공원에는 모래가 떨어지는 데 꼬박 1년이 걸리는 대형 모래시계와 현재 시각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대형 해시계가 있다.

매년 1월 1일 0시에 반 바퀴 돌려 위아래를 바꿔 새롭게 한해를 시작한다.

◇봄 = 꽃향기로 추억하는 계절이다. 350년 된 보호수와 초록의 숲. 철쭉과 진달래, 영산홍 등 형형색색의 봄꽃이 1922년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붉은 벽돌의 본당건물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공세리 성당(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

전남 곡성군 오곡면에 있는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1004 장미공원. 4만㎡ 터에 3만 7000여 그루의 장미를 심었는데, 그 품종이 딱 1004종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원 장미가 피는 곳이니만큼 봄에 찾기 딱 좋은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미가 피는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 장미공원.

맨살을 조금 내어 놓아도 괜찮은 늦은 봄에는 계족산(대전시 대덕구 장동 산85)으로 향해도 좋다.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적당히 물을 먹은 황토가 발 전체를 보드랍게 감싸던, 맨발로 타박타박 황톳길을 걸었던 기분은 쉬 잊히지 않는다.

◇여름 = 덕유산국립공원을 품은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자리한 무주 구천동 계곡. 국립공원 북쪽 70리에 걸쳐 흐르는 이 계곡은 입구인 나제통문(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을 비롯해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구천폭포, 연화폭포 등 구천동 33경의 명소들이 계곡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물이 차디차고 맑디 맑다. 영화 <최종병기 활>(2011)의 촬영지로 유명한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은 청량한 공기로 기억되는 곳이다.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혹은 마을 뒷산의 옥녀봉과 한오봉에서 내려다보면 밥그릇처럼 생겼다고 해 '공기마을'이라 불리는 곳. 이 마을을 가로지르면 주차장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치유의 숲'을 만날 수 있다.

덕유산국립공원을 품은 전북 무주 구천동 계곡.

◇가을 = 분위기에 취하고 싶은 가을에는 와인과 함께하는 여행을 추천한다. 예로부터 감나무만 무려 30만 그루에 달하는 경북 청도는 상주와 함께 국내 최대 감마을로 유명하다. 특히 청도의 감은 단감도 많지만 반시가 역사가 깊고 유명하단다. 반시란 씨 없는 감으로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청도와인㈜에서는 이 반시를 이용해 와인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 와인은 감와인 터널로 유명한 '청도 와인터널'에서 무르익고 있다.

분위기에 취하는 가을이 좋은 경북 청도군 와인터널.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까지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가 있는 충북 영동군 영동읍 주곡리 와인코리아는 와인족욕을 즐길 수 있다. 살짝 따뜻한 와인에 발은 담그면 어느새 스멀스멀 와인 향이 온몸을 감싸며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무주의 대표적 특산품인 산머루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머루와인 동굴도 빼놓기 아쉽다.<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