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국회의원 29명이 탈당하면서 경남지역 정치판도 요동치고 있다. 수십 년간 경남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보수정치세력의 분열은 어떤 방향으로든 지역 정치 지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무늬만 달리해 정치인 자신의 입지만 고려하는 것이라면 도민의 정치불신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번 비박계 탈당에 합류한 도내 국회의원은 3명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공천권을 쥐고 지역 정계를 쥐락펴락한 중진들이다. 적어도 18개 시·군 중 6개 지역 정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만큼 그 파장도 만만치 않다.

탈당파 국회의원과 같은 지역구를 가진 도의원 2명이 탈당을 선언했고, 7명 이상 도의원들은 관망 중이다. 도의회에서 직책을 가진 이들이 탈당하면 자리 반납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시·군 의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재경 의원 지역구에서는 5명 정도가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하동·남해·사천도 여상규 의원이 탈당한 것과 맞추어 신당에 합류하기로 뜻을 모았다. 통영·고성은 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새누리당 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를 고려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장 중에서는 남해군수만 탈당의사를 보이고 하동·고성 지자체장들은 대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원과 시·군 의원, 기초단체장들이 분주해진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도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후진적인 보스 정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촛불 민심에서 드러났듯이 경남도민은 도민과 같이할 수 있는 정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치가 종말을 고하는 시점에서 단순히 말을 갈아타는 수준으로는 높아진 도민의 정치적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 도민은 새로운 모습의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 분주한 정치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양이 아니라 속을 바꾸어야 한다. 기초의원의 공천 중단만이라도 선언하는 자기 성찰 없이 깃발만 달리한다면 도민들의 정치 불신과 외면은 더욱 골이 깊어질 뿐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