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보건과학대의 다카하시 도루 교수는 생물 분야, 그중에서도 갯벌과 담수생물 분야에선 꽤 알려진 전문 권위자다. 그는 녹조가 창궐하던 작년 여름 낙동강에서 송어·준치 등 서식어류를 채취해 생태검사를 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상수원인 낙동강 물의 안전성에 큰 의문을 제기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4대 강 사업이 벌어지기 훨씬 전에도 하구 정수장 물에서 검출된 적이 있어 전혀 새로운 독성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번에는 파장이 완전히 다르다. 서식어류 몸속에 그 물질이 축적되면 인체 2차 감염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 있는 물로 농사를 지으면 쌀·콩 등 곡류와 배추·무 등 채소작물에 전이돼 토양 오염과 함께 심각한 인체피해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에 함유된 독성물질로 간출혈 괴사 등 간질환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반환경 물질로 알려졌다. 환경부나 환경과학원은 전부터 고도화된 정수처리시설이 가동되고 있으므로 마시는 물은 안전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농업용수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4대 강 사업 이후 해마다 남조류가 다량 발생하고 그로 해서 강 전체가 마치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 녹조라테로 뒤덮일 뿐만 아니라 기온상승으로 겨울에도 사라지지 않고 일상화 조짐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밀어닥칠지 알 수 없다. 검출된 독성물질이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기준치를 크게 웃돈다고 하니 방심하다 현실로 들이닥친다면 그때는 늦어도 한참 늦다.

해법은 결국 병들기 시작한 강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처방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병이 골수에 뻗치기 전에 미리 메스를 가해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 최선의 선택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보를 해체해서 물의 흐름을 정상화하는 것만이 낙동강을 살리는 첩경이요 수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낙동강 물을 먹을 수 없으면 딴 데서 수원을 찾으면 된다는 4대 강사업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 민관을 불문하고 모든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숙의하고 실질적인 실천방침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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