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한일 정부 위안부 합의 다음 날인가. 위안부 피해자 통영 '김복득 할머니 병마와 사투' 기사를 썼다. 당시 출입문 창 너머로 본 할머니는 나를 향해 살짝 손을 들었다. 잊지 못할 장면이다. 하지만 이 합의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두고두고 끔찍스럽다.

세월호 2주년 즈음, 통영·고성 선거구 이군현 의원은 36년 만에 무투표 당선됐다. 주민들은 "절 한 번 못 받고 국회의원 시켜줬다"며 더러 씁쓸해했다. 이 의원과 마주 앉을 기회가 있었는데, 등록 마감까지 타 후보가 등록하지 않길 바라던 표정은, 인간적이었다.

거제시 콜레라 발생으로 옆 도시 통영은 폐허였고, 한 장인의 공방 철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동피랑 전망을 막는 4층 호스텔 논란은 1m 정도 낮춰 건축 허가가 났다. 다음 날인가 건축주와 통화했을 때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밝았다.

더위에 멍게가 떼죽음했고, 태풍 차바는 최순실과 함께 통영을 휘몰아쳤고 가을이 지났다. 연말에 '김동진 통영시장 시의회 5억 매수설' 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 당사자는 그 근거를 '3자에게 들은 것뿐이고 3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기사화되지는 않았다. 이 의혹에 김 시장은 대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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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은 2015년 일어났다. 만취한 23세 휴학생 ㄱ 씨는 장애를 가진 부모를 업신여긴 것에 분노해 마을 이장 부부를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사건 장소는 몇 번 밥을 먹었던 식당이었다. 올 2월, 재판 방청석에서 숨진 노부부 가족은 분노했고 소리 죽여 울었다. 그리고 아들 죗값 '징역 30년' 선고를 수화로 알아듣는 이가 있었다. 내 앞 옆자리에 앉았던 ㄱ 씨의 어머니 눈물을 지울 수 없다. 아픔과 아픔에, 그 어머니의 눈물은 그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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