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지나 미래로 달려가는 시간…촛불 승리 안고 새해에도 힘내요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만일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묻는 자가 있어서 그에게 시간을 설명하려고 하면 나는 모릅니다."(고백록 11권 14장 17절 중)

고백록으로 유명한, 가톨릭의 대표적인 교회학자 아우구스티누스 성인 말씀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시간을 잘 알지 못합니다. 시간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살아있는 것처럼 우리 과거를 지나 미래로 달려갑니다. 나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시간은 원하지 않는 나를 꼭 안고 자꾸 사라져 갑니다.

시간이 내 삶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주인인지, 내가 시간 속에 떠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주인인지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기에 이리도 속절없이 사람을 늙고 낡게 만들어 놓고는 저 혼자 저리 싱싱할까요?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라는 '나훈아'의 노래처럼 2016년은 벌써 제 갈 길 바쁘게 가버렸습니다.

서글프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떠나간 빈자리에 2017년이 요렇게 급하게 올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 오늘따라 나훈아 노래를 붙들고 '블루스'라도 추어야 할 판입니다. 뭐, 아직 나이 타령하기에 늙은이도 아닌데 왜 이럴까 싶기도 합니다. 그냥 가는 세월이 아쉬워서 하는 넋두리겠습니다.

노래 몇 마디 흥얼거리다가 다시 달력을 봅니다. 한 자 한 자 찍혀있는 숫자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니, 어떤 의미로 채웠을까 돌이켜봅니다. 흐르는 시간을 아쉬워하지만 정작 나에게 영원의 시간이 주어진들 나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삶의 의미를 살아온 시간이 길고 짧은 것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얼마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나누고 살았는가에서 찾아야겠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마라." 이발소 액자에서 자주 보던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의 시 한 구절입니다. 그는 비록 38세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신께서 주신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시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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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희대의 독재자이면서 인류 대학살 범죄를 저지른 히틀러는 56세 나이에 자신의 죄에 짓눌려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너무 오래 살았나요?) 그는 신께서 주신 능력을 잘못 사용하여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인생이란 길고 짧음보다는 신께서 주신 능력을 어디에 의미 있게 사용했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땝니다. 지난 일 년간 애들 쓰셨습니다. 대한민국 백성으로 살기 참 힘드셨죠? 그래도 촛불의 뜨거운 승리도 맛보셨으니 힘내십시오. 신께서 새해를 또 선물로 주셨습니다. 선물은 잘 사용해야지 주신 분이 기뻐합니다. 고장 없는 시간이 야속하게 흘러가지만 나는 2016년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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