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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독일서 만난 윤이상의 추억

전욱용 작곡가 webmaster@idomin.com 2016년 12월 29일 목요일

필자는 데트몰트(Detmold)라는 독일의 작은 도시에 있는 음대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나는 마틴 크리스토프 레델(Martin Christoph Redel)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와 함께 3년간 다양한 수업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 무사히 졸업하고 귀국 후 지금까지 10여 년간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비롯한 여러 음악 활동과 대학에서 학생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나의 지도교수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그는 데트몰트 출신의 음악가이다. 필자가 처음 교수님을 만났을 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순수한 독일 사람인 그가 한국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에 조금 놀랐던 적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정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나의 지도교수님의 교수님이 바로 윤이상 선생이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같이 공부한 당시 하노버 음대의 한국 유학생들이 바로 우리나라 현대음악 1세대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 강석희, 백병동, 김정길 교수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 그에게 이것은 조금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추억들을 한번씩 이야기하거나 그때 들었던 음악적 내용들을 한국 사람인 나에게 이야기해주시고 또 토론해보기도 했었다.

어느날 콩쿠르 안내 전단 하나를 들고 들어오신 적이 있다. 윤이상 국제 콩쿠르를 알리는 전단이었다. 내가 통영, 부산과 가까운 창원 출신이기에 한번씩 통영과 부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린 적이 있는데, 경상남도라는 단어를 보고 들고 오셨던 것이다. 그래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그에게 젊은 시절의 윤이상 선생과 한국 동료들에 대한 인상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필자의 보잘것없는 에피소드이지만 윤이상 성생이 독일에서 아니, 나아가 유럽에서의 그의 음악적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보다 매우 크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이 우리보다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꾸준히 연주하고 또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연구하고 보존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그에 비해 그의 고국인, 고향인 이곳에서는 이념 논쟁으로 말미암아 아직까지도 그의 음악적 성취를 평가하는 데 주저함이 많은 듯하다.

다가올 2017년은 작곡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런 시점에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여러 음악회가 기획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윤이상 선생의 이념적 문제로 통영국제음악제를 비롯해 윤이상 관련 행사에 지원이 끊어진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음악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윤이상 탄생 100주년은 지금까지 한국 음악계가 쌓아온 음악적 성과를 윤이상이라는 작곡가를 통해 국제 무대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지금까지 통영국제음악제는 물론 윤이상국제콩쿠르는 음악적 위상과 함께 지자체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이는 데 큰 부분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윤이상이라는 세계적인 작곡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에서 그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는 못할망정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던 행사마저 중단되는 사태까지 일어난다면, 혹 세계 음악계의 웃음거리는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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