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신문 필통]부모-자녀 불평등 관계 사례
외출금지·휴대폰 검사 대표적…"인격체를 소유물로 여기는 것"

#18세 ㄱ 양은 부모님에게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외출금지를 당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평소에도 자주 이와 같은 제지를 받았지만 이처럼 오래된 적은 없었다. 얼마나 큰 잘못을 한 것일까?

그는 최근 근처 남고 학생과 연애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남자친구와 통화는 물론, 메신저 기록까지도 꼼꼼히 확인했다. 부모님은 이전에도 주기적으로 휴대전화를 자세히 검사했다.

가정적인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랐지만 그는 일상생활에서 억압을 당할 때가 잦았다. 사생활은 '엄마, 아빠의 딸'이라는 이유로 침해 아닌 침해를 받으며 자라왔다.

ㄱ 양은 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곧 열아홉, ㄱ 양은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께서는 나를 하나의 소유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 늘 사랑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집착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하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렇게 보수적인 가정이 있느냐고? 위의 상황은 실제 진주의 모 여고에 다니는 학생의 일화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부모로서는 열 달 품고, 배 아파 낳은 제 아이가 아무리 고등학생,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아이'로 느껴질 수 있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오늘은 다치지 않았나, 좋은 음식을 먹었나, 무슨 힘든 일은 없나, 수천수만 가지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모의 자녀사랑이 어떻게 표출되는가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관심과 사랑임에는 분명하지만 자녀가 받아들이는 뜻은 완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는 자녀가 걱정되어 통행금지 시간을 정하고, 누구를 만나 무얼 하는지, 누구와 어떠한 내용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궁금해하고 걱정할 수 있다. 당연히,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누구나 이해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부모의 당연한 권리와 권한, 역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는 부모의 통제하에 생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10대 청소년들을 마냥 미성숙한 아이로 바라보는 부모들의 시각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모들도 인정해야 한다. 자녀는 성장한다. 성장 중이다. 어떻게 딱 스무 살이 되는 시점에 정확히 성인이 되고 자동으로 정신적 성숙이 이뤄지겠는가? 자녀는 미성숙한 아이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 가는 독립적인 한 인간이기도 한 것이다.

부모의 행동은 절대 강제적이지 않아야 하고 자녀와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가족 간의 관계를 넘어서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문제이다.

누구든 자신의 사생활을 감시당하고, 자유를 누리지 못하며 살아간다면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또한 부모의 과도한 통제와 억압은 자녀의 독립성과 자립성을 해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은 '자녀에게 물려줄 최상의 유산은 자립해서 제 갈 길을 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화학자 프랭크 클라크는 '자녀들에게 독립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부모들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했다.

청소년기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부모는 자녀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표현되고 표출되는 것이 진정 자녀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박가을(진주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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