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방침을 내놓았다. 교육현장의 반응은 싸늘했고, '꼼수'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시기를 내년 3월에서 2018년 3월로 1년 연기했다. 국민과 국회·교육감·시민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 현장에서의 혼란을 막고 안정적인 역사교육을 위해서 국정교과서를 단일 교과서로 배우는 국정체제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로 말미암은 교육 현장의 갈등과 혼란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촛불정국에 따른 여론을 이기지 못해 국정교과서를 일단 철회하지만 국정교과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국정교과서만을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이 규정을 개정해 국정과 검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그리고 우선 2017년도에는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도록 하며, 나머지 학교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게 한다는 방침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 국·검정 혼용, 연구학교 지정은 교육현장의 갈등을 부추기고, 정부 책임을 교육현장에 전가하는 꼼수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내용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문제이다. 진보와 보수로 나눌 수 있는 단순한 문제도 아니다. '하나의 역사해석, 하나의 교과서'를 강요하는 국정교과서는 과거 독재 권력의 산물이며, 비역사적이고 반교육적이다. 다양하고 비판적인 해석이 없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2013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문화적 권리 분야 특별조사관의 보고서'에는 "국가가 역사교과서를 하나로 줄이는 것은 퇴보적 조처이며, 국가가 후원하는 교과서는 매우 정치화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역사교육이 애국심 강화, 국가정체성 강화, 정부의 공식적 이념, 사회의 지배적 종교가 이끄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젊은이들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다양한 교과서가 승인되고, 교사들은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가 조장하는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우리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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