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녹조 전문가 다카하시 토오루 교수 초청 간담회
"청산가리 수백 배 마이크로시스틴 열을 가해도 안 사라지고 사람 몸·농작물에 축적"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 독성물질이 축적된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채소를 먹었을 때 인체에 심각한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28일 오전 다카하시 토오루(사진) 구마모토보건과학대 교수를 초청해 '낙동강 마이크로시스틴 축적 현황과 대책 간담회'를 열었다.

다카하시 교수는 갯벌 생물분야 전공자로 일본 내 생태 파괴를 직접 경험하면서 녹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환경단체와 함께 4대 강 일대 녹조 독소 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 결과 '낙동강 어류 강준치·숭어 내장, 농어 간에서 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해 "생물 간 기능을 저하하는 강한 독성을 띠고 있다. 강한 것은 청산가리 몇백 배에 해당한다. 물리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 열을 가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낙동강 숭어를 내장 등과 함께 모두 끓여 먹었을 때, 자칫 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jpg
▲ 다카하시 토오루 구마모토보건과학대학 교수가 28일 오전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을 찾아 '낙동강 마이크로시스틴'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남석형 기자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 녹조 발생지역 인근 어민의 피를 뽑아보니 사람 몸에 축적된 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마이크로시스틴은 강이나 저수지에만 머물지 않고 바다로 흘러들어 또 다른 축적이 진행된다. 특히 최근 경남 상황과 맞물려 의미심장한 얘기를 전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이러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영국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물을 농사에 사용했는데,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 성분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벼농사 또한 예외가 아니라 쌀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낙동강 물은 농업용수와 같은 허드렛물로 사용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다카하시 교수는 "나라면 이러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않고, 거기서 재배된 농산물 또한 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자·환경단체 관계자는 "결국 보 수문을 개방하는 등 강 자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낙동강이 겪는 신음을 일본은 이미 경험했다고 밝힌 다카하시 교수는 "1997년 일본 아리아께만에 물막이 공사가 진행된 이후 녹조가 발생했다. 바다생물이 엄청나게 죽었다. 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획량이 40% 가까이 줄었다. 이 때문에 일대 어민 여러 명이 괴로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는 것에 대해 관계 당국은 괜찮다고만 한다. 언론도 기관에서 내는 자료만 받아쓰는 식이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나는 '불안을 조장하는 학자'로 인식되어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