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체고 복싱 배승현…연타·체력·근성 등 갖춰 "고3 아시안게임 금 목표"

"감독님, 중국 선수 보내버렸습니다."

복싱 주니어 국가대표 전지훈련으로 중국 선양을 다녀온 경남체고 복싱선수 배승현(1년)이 권송오 감독을 만나자마자 으스대며 말했다.

배승현은 올해 열린 제97회 전국체전 고등부 복싱 미들급 금메달리스트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충북대표 박동현(충북체고 3년)과는 앞선 세 차례의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이날도 배승현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며 1라운드를 내줬다.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치밀었다. 2, 3라운드 배승현은 정확한 스트레이트를 연달아 꽂아 넣으며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결과는 2-1 역전승. 배승현은 '3전 4기' 만에 같은 체급 최강자를 꺾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권 감독은 "힘과 체력을 타고났다. 게다가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훈련과 실전에서 요령을 피우지 않고 자기 체력을 모두 쏟는 노력파"라고 제자를 평가했다. 이어 권 감독은 "힘과 근성은 충분하다. 기술만 더 갖춰지면 한국을 대표할 복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남체고 복싱선수 배승현. /강해중 기자

-복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양궁을 했어요. 운동을 좋아했고 제가 다니던 학교에 양궁부가 있어서 시작했죠. 그런데 성적도 안 나오고 흥미도 떨어져 그만뒀습니다. 당시에 키 160㎝에 몸무게가 80㎏이어서 살을 빼기 위해 복싱체육관에 다녔습니다. 복싱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거든요. 한 달쯤 배우고 그만뒀는데 체육관 관장님과 알고지낸 권 감독님이 복싱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하셔서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나.

"제가 외동아들이다 보니 부모님이 반대하셨죠. 운동은 살 빼는 목적으로만 하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몰래 훈련을 했어요. 그러다 전지훈련을 가게 돼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알려야 했죠. 감독님이 부모님께 전화해 설득하셨고, 저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 결국 허락을 받아냈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제가 출전하는 대회에 자주 오시지 못하지만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계십니다."

-1학년임에도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제가 지는 걸 많이 싫어해요.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려고 하죠. 처음 복싱을 시작했을 때 제 덩치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랑 스파링을 했는데 저는 한 대도 못 때렸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복싱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참가한 첫 대회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3개 대회(전국소년체전, 연맹회장배,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는데 모두 우승했습니다. 고등학교 들어오고는 전국체전과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 러시아 사할린에서 열린 친선대회에서 우승했고요. 연맹회장배에서는 은메달, 체고 대항전에서는 동메달을 땄어요."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은.

"체력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연타 능력도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인파이터 스타일인데 20경기 가운데 14경기에서 KO승을 거뒀습니다. 단점은 경기 중에 흥분을 잘해요. 앞서 말했다시피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려고 막 치고 들어가는 거. 그걸 고치고 싶어요."

-복싱이 힘들지는 않나.

"순간 힘든 것이고, 어차피 힘든 스포츠잖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복싱이 재미있어요."

-앞으로 목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는 것. 펀치력과 맷집에서 성인과 차이가 있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 꼭 고3 때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요. 먼저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2년 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딴 지 오래됐잖아요.(한국 복싱 금메달리스트는 1984 LA올림픽 신준섭(미들급), 1988 서울올림픽 김광선(플라이급), 박시헌(라이트급) 3명이다) 제가 그 주인공이 돼 한국 복싱의 인기를 부활시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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