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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잊는 게 아니라 배우고 깨닫는 시간"

김광호 EBS PD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세월호 생존학생 감정 고스란히 전해
김광호 PD "불안감 개별적 노력 넘어 사회적 개선 필요"

제휴뉴스 webmaster@idomin.com 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그동안 EBS <다큐프라임>은 꽤 여운이 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습니다. 최근에 방영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감정시대 5부작도 그렇습니다. 일부 소재는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4부에 나온 자살 유가족 이야기 같은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 살아남은 세월호 생존자 학생들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스무 살이 된 이 친구들에게 각인된 두려움과 그것에 맞닥뜨려 삶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이야기합니다. 망각하며 극복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며 극복하려는 모습입니다. 최근 진행한 <다큐프라임>을 만든 김광호(사진) EBS PD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언제나 개인적이고 또 주관적일 것만 같은 감정이 실제로는 사회적이며 객관적인 산물이라면 어떨까.

EBS <다큐프라임> '감정시대'(연출 김광호·김훈석, 작가 김미지·정명)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사실은 상황과 환경에서 파생되며, 그 상황과 환경은 사회경제에서 온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즉 감정 또한 사회적인 결과물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일부터 총 5부에 걸쳐 방송된 <다큐프라임> '감정시대'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인 불안, 슬픔, 모멸감, 자책감 등을 탐구해나간다. 세월호에서 탈출한 학생들이 가진 슬픔과 미안함이나 마트 감정노동자들이 진상 손님을 만나면서 마주하는 모멸감, 자살한 남편을 둔 여성들의 자책감, IMF 외환위기 이후 실직한 가장의 불안까지. 이들의 '감정'은 결코 개인적인 차원에서 마주할 문제가 아니다.

김광호 EBS <다큐프라임> PD./오마이뉴스

하지만 다큐멘터리 '감정시대'는 이를 직접적인 말로 옮기지 않았다. 대신 사회적 결과물에 따라 영향을 받은 이들의 얼굴을 최대한 클로즈업해서 그 감정을 화면에 담았다.

특히 13일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감정을 담은 '스무 살, 살아남은 자의 슬픔' 편은 온라인상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는 어떻게 이들의 감정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다룰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가능할까.

<다큐프라임> '감정시대'를 만든 김광호 PD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물었다.

- 감정이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는 흔하지 않다. 처음 어떻게 접근을 했는지 궁금하다.

"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적인 측면에서 감정을 바라보고 다스리는 열풍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감정 다스리기'나 '부정적 감정 버리기'. 물론 이런 열풍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이런 접근 때문에 오히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 들었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는 304개의 구명조끼는 공연예술단체 '창작그룹노니'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마련했다./연합뉴스

- 막다른 골목?

"내가 내 감정을 다스리면 뭔가 변해야 하는데 더 불안해지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그러다가 아 감정이라는 것이 형성되는 게 나에게서 오기도 하지만 사회나 환경에서 오는 것이 더 크지 않을까. 그걸 같이 봐야 내 감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 그 문제의식을 감정시대라는 다큐멘터리로 구체화하기까지 한참이 걸렸을 것 같다.

"맞다. 처음에는 감정에 관한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감정을 사회나 환경 측면으로 바라보는 건 아직 연구도 자료도 부족하더라. 그래서 차라리 울림을 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지금 단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획을 변경하게 됐다."

- 다큐멘터리는 불안, 모멸감, 슬픔, 죄책감과 같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이라 불리는 감정들에 대해 다룬다. 왜일까.

"그런 감정과 직시를 해야 '미래에 이런 부분을 바꿔 나가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감정을 답답해하고 힘들어할까. 불안. 가장 불안을 느끼는 대상이 누굴까. 그러다가 실직을 떠올렸다. 우리가 모두 불안을 느끼지만 이를 더 집약적으로 느끼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가족을 지켜야 하는데 지키지 못하는 분들 아닐까. 그리고 당신이 이런 부정적인 감정(불안)을 느끼지 않으려면 개인적인 노력만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지난 13일 EBS <다큐프라임>에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당시 구조 상황과 현재 삶을 인터뷰한 모습이 방영됐다./EBS 다큐프라임 블로그

감정시대 5부는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감정은 어떤 생각을 하고 다큐멘터리로 담았나.

"우리는 2년 전 세월호를 이미 다뤘던 적이 있다. 2년 전에는 정말 우리가 이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를 담았을 때 출연자분들이 방송을 보고 조금이나마 힘을 얻는 등의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가장 컸다. 재작년에는 한 달 넘게 분향소에 방문하는 것이 일과였는데 올해는 또 달랐다."

- 다른 두려움이 있었나?

"과연 이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진 않을까 이런 다른 부담감이 다가오더라. 아무래도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용기를 내주셨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관계를 맺으며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했다."

지난 13일 EBS <다큐프라임>에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당시 구조 상황과 현재 삶을 인터뷰한 모습이 방영됐다./EBS 다큐프라임 블로그

-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담는 방식에 대해 <다큐프라임> 구성원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함께 했다. 슬픔을 꼭 잊어야 해? 그 슬픔이 어디에서 나왔지? 부정적 감정들은 이를 통해 배우고 기억하고 개선할 점을 던지는 지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도 슬픈 사건을 넘어 그것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고 앞으로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을 만나 이번 작업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 90%가 아닌 그것보다 좀 더 낮은 88~89% 정도의 세상이 됐으면 한다. 그 부분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출연을 설득했다. 슬픔을 잊어야 하는 게 아니고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 거라고. 이는 지금도 떠나간 친구들을 생각하고 아픔을 견뎌내야 하는 생존 학생들이 저희에게 주는 화두라고 본다. 그 슬픔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더 좋은 사회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지, 지표 같은 것이다. 그 생각으로 1년 반(제작 기간)을 견뎠다." /오마이뉴스

지난 13일 EBS <다큐프라임>에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당시 구조 상황과 현재 삶을 인터뷰한 모습이 방영됐다./EBS 다큐프라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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