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핵심 모습은 우리 사회 자화상…기성세대 잘못된 가치관 바로잡아야

어릴 적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미래가 멋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 마련이다. 멋진 미래로 가는 길이 맨발로 가시덤불을 헤쳐가는 것이 아니라 백마가 끄는 꽃마차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 미안하게도 적어도 기성세대는 그런 꽃마차를 탈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닌가 회의하게 된다. 국가주의의 명분으로 구축한 독재정치로 산업화로 이룬 마지막 유산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부도덕의 극치를 달리는 것에 대항하여 수백만 촛불이 타오르고 있는 마당에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말인가 스스로 반문한다.

서글프게도 지금 저들의 모습에서 권력을 빼면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다른 점이 별로 없다. 이런저런 연을 대고, 그렇게 맺어진 연으로 자기 이익을 채우는 방식, 위로는 청와대부터 지리산 골짜기까지 그런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권력 핵심의 모습은 바로 대한민국 사회의 자화상일 뿐이다.

그랬기에 그들도 우연히 찾아온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농단이라는 간 큰 짓을 해도 저렇게 당당한 것이다. 심각한 양극화와 한쪽에선 사람을 못 구하고 한쪽에선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오늘날의 현상이 정치권력만의 잘못은 아니다. 오로지 양지의 삶만 추구하고 남의 피땀을 빼앗아 내 것 채우는 사이 젊은이들도 그 맛에 길들여진 것이며, 불안해진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다.

희망이 없는 곳에 꽃마차는 흉물일 뿐이다. 수백만 촛불이 대통령 한 명, 그를 등에 업은 정치세력 정도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끝난다면 적어도 기성세대는 꽃마차를 탈 자격이 없다. 자식들에게도 꽃마차는커녕 똥구르마를 줄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기성세대들이 오늘날 잘못된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게 한 근본 원인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역사에 있다. 외세의 침략으로 무너진 전제시대와 36년을 침략자의 역사로 살아가는 동안 이 나라 백성들은 식민지배의 철저한 관리에 길들여졌고 남의 힘으로 얻은 해방이라는 사건은 가늘게나마 민족자주의 맥을 이어온 독립운동의 정기마저 끊어 놓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진저리를 치듯이 그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강대국의 주구가 되어 아래로 쓸리고 위로 쓸리고 나서 두 동강난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쌍둥이처럼 권력에 의해 국민이 관리를 당하는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헌법이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나라에 주권재민의 민주주의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민주주의라는 겉치레는 있었다. 그러나 줄 밖에 나서면 안 되고 학교에서는 반장, 사회에서는 각종 관변단체를 내세운 권력들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당하는 국민이 '자존이 있어야만 가능한 민주주의'를 살아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촛불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적 반성과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가치관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또 다른 권력이 또 지금 같은 짓을 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관리의 대상에서 동반자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물 만난 고기처럼 설치기만 할 뿐 촛불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이 없다. 제대로 된 정치리더라면 국민에게 요구하고 같이 갈 길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미래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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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교육제도에 대항하여 진주의 고교를 중퇴한 한 청년은 촛불 집회에 참석하여 대통령 탄핵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일로 가는 마차는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차표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지금 그것을 직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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