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욕심에 서식처 빼앗기고 방황…철새 혐오 아니라 '마음 환경'바꿔야

저는 어릴 때부터 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봄 소식 알려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식으로 얘기하면 새는 아버지가 공급해주시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습니다. 새는 어떻게든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새를 만나러 다닙니다. 산과 들, 강과 저수지를 기웃거리며 새를 찾습니다. 산새도 만나고 들새도 만납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북녘 하늘에서 수많은 오리·기러기·고니들이 날아옵니다. 작년 겨울 우리나라를 찾아온 겨울철새는 193종 126만 6638마리에 이릅니다.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 조사에서 확인된 숫자입니다. 1999년부터 조사하고 있는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를 통해 어떤 새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지 조사합니다. 가장 많은 개체수가 확인된 경우는 2007년 1월입니다. 총 159만 6697마리가 찾아왔습니다. 주로 유명 철새도래지와 갯벌이 있는 만, 강 하구, 호수, 저수지, 늪 같은 곳에서 망원경으로 일일이 숫자를 센 후에 더한 수치입니다.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를 찾아다니다 보면 좋은 점이 참 많습니다. 예쁘고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고 또 새를 좋아하는 아름다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멋진 풍경과 좋은 경치 바라보는 기쁨은 덤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쉬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강추위가 몸을 덮쳐올 때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독감이나 감기에 걸린 적은 거의 없습니다. 야생에서 얻은 면역력 덕분인 듯합니다. 야생 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야생에서 길러진 면역력 때문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이상 야생조류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그런데 새를 보려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바라본 대한민국 모습은 황폐하기 그지없습니다. 처참하기만 합니다. 저수지는 둑을 높여 저수량 늘리느라 온통 파헤쳐져 있습니다. 강바닥은 계절에 상관없이 쉼 없이 긁어내고 둑을 쌓는 바람에 강물은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갯벌은 여전히 매립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철새들은 더 이상 갈 곳을 못 찾아 방황합니다. 사람들 욕심 때문에 안정적인 서식처를 빼앗긴 철새들은 방황하며 먹이 찾아 사방팔방으로 헤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 주범으로 지목된 보균 야생조류가 사방팔방 날아다니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은 사람들 욕심이 만든 결과란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겨울철새 서식지에 그물을 치고 항공방제까지 하고 있습니다. 야생 오리 서식지라며 갈대를 태우기도 합니다. 마치 세월호 참사 주범을 유병언 일가로 몰아갔던 것처럼 AI 피해 주범이 모두 야생철새인 것처럼 몰아갑니다. 만약 AI 확산의 주범이 오로지 겨울철새에 국한된다면 올겨울 우리나라를 찾아온 100만 마리 넘는 철새들 이동통로 모두를 차단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윤병렬.jpg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렇게 AI에 감염된 새의 날개는 사람들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살균제를 뿌리고, 갈대를 태우며 철새를 혐오하는 방식은 절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매번 수천만 마리에 달하는 오리와 닭을 매몰하는 대참사를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방역과 매몰이 우선일 수 있지만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가금류와 야생조류의 서식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환경'을 바꾸어야 합니다. 가금류는 조금이라도 더 면역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사육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야생조류는 분산되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를 최소화 해 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제발 조금이라도 욕심을 줄여나가야 하겠습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행복하듯 사람도 자연과 함께 날아야 행복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