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심리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헌재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헌재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국정조사 중인 국회가 제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등 핵심 증인은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대부분 의혹을 부인하거나 모른다며 발뺌하고 있다. 우 전 수석뿐 아니라 다른 증인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위증 의혹을 받았다. 특히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최순실 씨 측근인 청문회 증인들과 만나 최 씨 소유로 검찰이 밝힌 태블릿PC에 의혹을 제기하기로 모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 당사자들인 두 의원이 사퇴하지 않는 한 국정조사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신뢰도 얻기 어려워졌다.

국회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헌재가 빠른 심리를 위해 박 대통령의 13가지 탄핵 사유를 5가지 유형으로 압축하고, 박 대통령에게 탄핵사유 중 하나인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왕의 태도로 보아 박 대통령이 세월호 당일 행적을 사실대로 제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이 시간을 끌거나 거짓 해명을 할 경우 헌재 심판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증거가 비교적 분명한 대통령연설문 누출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을 조사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헌재 심판은 일반 재판과 달리 박 대통령 탄핵 사유에 대한 법리적 판단만 하면 되므로 한두 가지만 심판하는 것이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박 대통령의 운명을 거머쥔 헌재도 약점이 있다. 박한철 소장은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앞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김 전 실장의 메모에서 드러난 바 있다. 헌재가 박근혜 정권의 불법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헌재는 박 대통령에 관한 자신의 권한을 신속하고 최소한으로 행사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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