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에 와 이듬해 오픈, 새로운 맛과 향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 종류 많아…다양한 국적의 사람도 만나

109번 버스를 타고 중앙동 정류장에서 내린다. 창원 최대 번화가인 상남동과 왕복 10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중앙동은 호텔과 음식점, 술집이 밀집한 곳이다.

중앙동에 밤이 찾아오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진다. 무리를 지은 이들은 낡은 5층 건물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상가 3층에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들이 들어선 곳은 '오브라이언스 아이리시 바(O'Briens Irish Bar)'. 건물 밖 풍경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다.

바 천장에는 아일랜드 국기가 있고, 벽과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를 따라 문장(紋章) 그림이 줄을 지어 있다. 그 밑으로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의 사진, 아일랜드 맥주 기네스와 관련한 그림들이 벽을 꾸미고 있다.

혼자 온 이들은 ㄷ 자 형 바에 앉아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면서 조용히 술을 마신다. 조용한 이들 뒤로는 왁자지껄한 단체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트를 하거나, 포켓볼을 치는 이들까지 뒤섞여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오브라이언스 아이리시 바'를 운영하는 오스틴 버클리 씨./최환석 기자

오브라이언스 바를 운영하는 오스틴 버클리(Austin Buckley) 씨는 말로우라는 아일랜드 코크 시 한 작은 마을에서 2002년 3월 한국으로 왔다. 2003년 8월 문을 연 바는 영업 14년 차를 앞두고 있다. '오브라이언스'는 아일랜드계 성씨 중 가장 대중적인 이름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김 씨네'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선 다양한 주류를 팔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가 단연 눈길을 끈다.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조법으로 만든 맥주가 그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제조자나 양조장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어, 그 수만큼 다양하고 독특한 풍미가 있다.

국내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가량에 불과하지만, 그 인기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크래프트 맥주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술집은 그리 많지 않다. 대형 할인점 주류 판매대에서 비교적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구입할 수 있어 가정에서 소비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창원에서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오브라이언스 바를 찾으면 된다. 기본적인 입문용 크래프트 맥주부터, 대형 마트에서도 보기 힘든 제품이 있어서다.

오스틴 씨는 "크래프트 맥주는 다양성, 수많은 풍미의 조합이 매력이다. 여러 맥주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크래프트 맥주는 완벽하다"며 "한국에서 인기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이때가 크래프트 맥주 팬이 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바 내부 모습. /최환석 기자

오브라이언스 바 매력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다양함'이다. 색과 맛, 향이 다양한 술만큼이나 다채로운 직업, 국적을 지닌 이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도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구성이다.

이곳에서는 출제자가 단편적이고 잡다한 지식을 문제로 내고, 손님들이 맞히는 퀴즈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 밖에 라이브 음악 공연, 자선 행사, 시음회 등도 진행된다.

오브라이언스 바는 한 여행 사이트 이용자 사이에서 5년간 창원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혔다. 오스틴 씨는 "지인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즐거운 장소"라며 "나 또한 새로운 손님을 만나길 항상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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