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특별 상영회…관람객 '원전 안전'걱정, 전문가 "시민 나서면 탈핵 가능"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다. 관객들은 영화 속 몰입을 뒤로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 하는 듯했다. 하지만 영화가 곧 현실일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 듯, 좀체 참담한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23일 부산 센텀시티 CGV에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 특별 상영회가 열렸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신고리 5·6호기 취소 국민 소송 원고인단 및 서명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그린피스는 국민 559명을 모집해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날 자리에는 주로 부산·경남 참여자들이 참석했다.

영화 <판도라>는 지진에 따른 원전 폭발 사고를 다루고 있다. 영화가 기획된 것은 4년 전이라고 한다. 지난 9월 12일 경주 지진으로 원전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예측했던 셈이다.

영화 속 월촌리 실제 배경인 부산 기장군 주민은 영화를 본 후 "친정 엄마와 함께 와서 봤는데 너무 현실 같은 이야기라 지금도 손이 떨린다"고 했다. 한 초등학생은 "실제로 원전 사고가 나면 전부 죽는 것인가"라며 어른들에게 되물었다. 원전 반경 20㎞ 내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청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면 '원전 적색경보 발령 때는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관내 반대 방향 학교로 피신하라'고 되어 있다. 이게 과연 현실성 있는 내용인지 모르겠다. 또한, 학교 체험학습으로 원전을 가는 현실이기도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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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도라> 중 한 장면.

영화는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 폭발을 막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원전전문가인 장다울 그린피스 선임 캠페이너는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만, 현실은 재앙이 시작되는 것이다. 30년 후, 50년 후 문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용 후 핵연료는 5~7년간 수조에서 물로 식힌 후 영구처분시설로 옮겨 10만 년 이상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장시설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40년간 이 위험한 폐기물을 원전 내부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2053년까지 짓는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그래서 원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도 한다"고 했다.

최근 건설 승인이 난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관객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취소가 가능하냐는 의문을 품었다.

이에 대해 장 캠페이너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지극히 상식적이기에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치적 압박으로 백지화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오스트리아에서는 다 지은 원전을 돌리지 않은 사례도 있다. 국민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에서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시민단체가 한 몸으로 정치인을 압박했고, 결국 '고리 1호기 폐로'를 이끌어 냈다. 탈핵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시민이 나서 원전 카르텔을 깨뜨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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