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산] (1) 지리산
토질 비옥하고 수량 풍부해 산림·식물 풍성하게 자라
동물·사람에게도 '삶의 터전' 수많은 문화유적도 자리잡아

대한민국 '국립공원 1호' 지리산.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벌써 지정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1호라는 의미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뛰어난 자연·환경·경관·문화적 가치를 지녔음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백두산의 정기와 맥이 이어진 민족 영산이며 영·호남 사람의 터전이자 생명의 산으로 불린다.

산세는 유순하나 면적은 471.7㎢에 이르며 3개 도(경남·전남·전북), 5개 시·군(산청군·함양군·하동군·구례군·남원시)에 걸쳐 있다. 그중 경남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경남 최고의 산이라 해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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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왕봉./유은상 기자

해발 1915m의 최고봉인 천왕봉 서쪽으로 칠선봉, 덕평봉, 명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과 동쪽으로 중봉, 하봉, 싸리봉으로 이어진다. 1500m가 넘는 봉우리 10여 개, 1000m 이상 봉우리가 20여 개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의 산악군이다.

산에서 발원한 경호강과 엄천강,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지류는 지리산이 펼쳐 놓은 넓은 치맛자락에 계곡을 만들고 아름다운 수를 새겼다. 계곡은 피아골, 뱀사골, 칠선계곡, 한신계곡, 의신계곡, 화엄사계곡 등 20여 개에 이른다. 하천과 계곡은 지역을 가르고 동시에 교통로로 이용되면서 다시 지역을 연결한다.

지리산(智異山)은 산세에 맞게 많은 이름을 소유하고 있다.

한자 뜻을 그대로 풀면 '지혜롭고 기이한 산'이라는 의미다. 국립공원 누리집에서는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이라 해석한다.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은 두류산이다. 두류(頭流)는 백두산 맥이 흘러내려 이뤄진 산으로 가장 많이 해석된다. 이 밖에도 중국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발해만 동쪽의 삼신산 중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 기록돼 불렸다.

좀 더 과학적으로 지리산을 들여다보자. 지리산은 선캄브리아기 중기 넓은 바다였지만 세 번 이상의 지각 변동으로 산이 되었다. 편마암과 편암 위주로 이뤄진 지질은 오랜 기간 침식과 퇴적을 거쳐 토산을 형성했다.

토산은 석산과 달리 산세가 부드러우며 토심이 깊어 산림, 식물 등을 풍요하게 길러낸다. 사람에게는 농사를 가능하게 해 터전을 제공했고, 깃들어 사는 다른 생명에도 풍부한 먹거리를 나눠주는 어머니 품 같은 너그러움과 자애로움을 지녔다.

비옥한 토질과 풍부한 수량 덕에 지리산은 1만 5500여 종에 이르는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반달곰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인 히어리, 삵, 하늘다람쥐, 노랑붓꽃 등 34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

특히 인간은 환경 훼손의 큰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많은 문화유적을 남겨 지리산 가치를 더 높이며 작지만 그 은혜에 보답했다.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국보 47호)를 포함해 국보 7점, 보물 31점, 사적 1곳, 명승 2곳, 천연기념물 9점 등 모두 79점의 지정문화재가 지리산에 존재한다.

지리산에 사는 이들은 삶 그 자체가 혜택이며 행복이라 말한다. 이곳에 살지 않아도 지리산은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올라봐야 할 산으로 꼽힌다.

중산리~법계사~천왕봉으로 오르는 길, 백무동 한신계곡~하동바위~장터목~천왕봉에 이르는 길, 신흥에서 대성동~세석~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대표적인 등산코스다. 천왕봉 등산 이상의 것을 느끼려는 이들은 노고단~천왕봉 주능선에 이르는 종주를 택한다.

지리산은 계절, 시간 변화에 따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노고단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낙조, 섬진청류, 벽소명월, 불일폭포, 세석철쭉, 연하선경, 천왕일출, 신비로운 칠선계곡이 '지리산 10경'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둘레길이 잘 조성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리산에 오르지 못한다면 가끔 찾아가 지리산 넉넉한 품에 안기는 것도 또 다른 혜택이며 작은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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