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지음…햇밤·햇사과 그런데 왜 햅쌀? 입심과 달리 사전에 없는 밥심? 언어로 만나는 '음식의 모든 것'

출판사에서 안내하는 저자 소개 일부를 먼저 옮겨본다.

"20년 넘게 한반도는 물론 중국·러시아·일본을 넘나들며 진짜 우리말을 연구해온 방언학 분야의 중견 국어학자 한성우는 계량언어학 분야의 석학 댄 주래프스키가 동서고금을 넘나들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가로지른 세계 음식 메뉴의 모험 <음식의 언어>를 읽고 언어학자로서 동업자의 노고에 감탄하면서도 우리 음식을 먹고 우리말을 쓰는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자 마음먹게 된다."

그렇다. 이 책 이전에 <음식의 언어>라는 책이 있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20개월 먼저 번역되어 나온 댄 주래프스키 교수의 <음식의 언어>는 음식에 일반인보다 조금 관심의 촉을 깊이 담근 필자 같은 이에게 단비 같은 책이었다. 그러나 그런 주제의 좋은 번역서를 읽다 보면 결국 마음 한 구석에 "그럼 우리 이야기는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런 갈증을 해결해준 책이 한성우 교수의 <우리 음식의 언어>다. 저자가 <음식의 언어>를 읽고 책을 썼다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쳤다.

먹는 일은 우리 생활의 일부이고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행사다. 재료에 대한 궁금증, 음식에서 파생된 단어나 관용적 표현, 음식을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등 우리가 조금만 촉을 들이면 궁금한 것이 넘쳐난다. 대부분은 관용적 표현으로 크게 궁금해하지 않고, 어떤 것들은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보다가 지나친다. 궁금증이 생겨도 알아볼 곳이 마땅찮다. 지금껏 궁금하다고만 여겨 기억 창고에 저장해둔 많은 것을 이 책으로 풀 수 있었다.

저자가 언어학자라서 단답형의 답이 아니라 언어의 변천사나 단어 표기, 유래 등 꽤 자세하게 알려준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단어도 지적하고 오류를 살펴 이야기해주고 바른 언어 사용과 함께 음식을 대하는 자세까지 살피게 한다.

올해 수확한 작물을 '햇곡식', '햇밤', '햇사과'라 부르는데 쌀은 왜 '햅쌀'인지?

'밥'과 '쌀'은 사투리가 없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데 '입심', '뱃심'과 다르게 '밥심'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금수저'라는 단어는 문제가 있다?

웅녀의 특별식 마늘에 대하여?

말이여 막걸리여?

미국의 토마토는 채소? 과일? 논란은 관세 문제?

찐빵, 건빵, 식빵, 호빵, 술빵 이 단어들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

주전부리, 군것질, 간식, 디저트의 변천사.

우동은 중국음식, 짬뽕은 일본 음식?

이런 것들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우리 음식의 언어>가 명쾌한 답변을 줄 것이다. 같은 음식도 알고 먹으면 이전과 달리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목소리를 빌려 이 책을 추천해본다. 셀프 추천사다.

"'먹고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보니 음식과 관련된 말에는 인간의 삶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우리의 말로 표현된 그 속에는 우리네 삶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의 재료들은 우리 땅이 풍토를 말해주고 그것들에 우리의 손길을 가하는 갖가지 조리법은 우리 삶의 지혜를 말해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 그리고 그 음식과 관련된 말은 우리의 정서를 대변해준다. 결국 우리 음식의 언어는 우리 삶의 말인 것이다."

368쪽, 어크로스, 1만 6000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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