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도 알맹이는 없었다. 청문회에 나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여옥 대위도 모른다로 일관했다. 한 가지라도 더 캐물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국조위원들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은 없이 오히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의 위증교사 혐의로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였다. 이래저래 국민만 지쳐가는 형국인데 정치권에 대한 실망만 회복 불가능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되어 있었다. 우 전 수석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직무유기 의혹과 최 씨로부터 공직에 발탁되어 직권을 남용해 최 씨 일가를 비호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아예 최 씨를 모른다고 했고 세월호 수사팀에 대한 외압과 정윤회 문건파동 당시 압수수색 방해 등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문제는 국조위원들의 능력이다. 우 전 수석이 도피행각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국조 청문회에 나타나지 않은 기간 동안이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한 자락쯤은 들춰낼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의혹의 꼬투리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민정비서 발탁과 관련해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추천했다고 발언한 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것처럼 말한 것이 그나마 수확이라면 국민의 기대치와는 너무나 멀다.

김성태 국조위원장이 우 전 수석의 답변 자세와 태도를 지적하며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부분에 일종의 책임감을 갖고 답변해 달라고 다그친 것은 국조위원들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서 증언한 내용은 철저하게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데 맞추어져 있다. 오히려 기소를 대비해 청문회를 이용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국가적 문제를 다루는 청문회가 이처럼 무기력해서는 안 된다. 위증에 대해서는 과중처벌을 하는 등 청문회를 엄중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사권을 강화해야 한다. 언론에 나오는 설로만 다그칠 뿐인 청문회로는 증인 탓하기 전에 국정조사 무용론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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