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년을 돌아봅니다…탄핵정국 후를 그려봅니다
big tiger부터 shamanism까지 전환점 맞은 한국 정치와 국민들

한 달에 영어 단어 세 개 정도 익히자고 정치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정치 vocabulary' 열두 번째 시간입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는 '보카치오'라는 제목으로 방송합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영어가 메인(main)이고 정치는 양념이니 '교육방송'을 표방합니다. 지난 13일 녹음했습니다만….

만 1년을 꼬박 채운 방송 녹음은 여러모로 특별했습니다. 진행자 청보리가 그렇게 말렸던(?) 공개방송을 추진하더니 방청객보다 진행자가 많은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역대 최장시간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1년 동안 다뤘던 표현을 모두 정리했고, 새로운 표현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이 기사를 처음부터 편집한 경남도민일보 임정애 기자도 특별손님으로 방송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단 1분도 녹음되지 않았습니다. 녹음 버튼 대신 재생 버튼을 누른 청보리 덕입니다. 진행자와 방송 관계자 모두 청보리 탄핵을 잠시 고민했습니다.

지난 13일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소굴'에서 진행한 '보카치오' 열두 번째 녹음. /우리가남이가

◇11개월 33개 표현 '진정한 영어 교육 콘텐츠' = 2부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1부는 지난 1~11월 다뤘던 표현을 정리했습니다. 33개 표현을 정리하면서 왜 '정치 vocabulary'가 영어 교육 콘텐츠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월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외곽 지원 조직인 '대호산악회'를 다뤘습니다. '대호(大虎·큰 호랑이)'를 뜻하는 'big tiger'와 함께 smart(영리한·똑똑한), migration(이주·이동) 등도 학습했습니다.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1월부터 선거 이야기가 조금씩 등장했습니다.

2월에 다룬 eager(갈망하는), broker(중개업자), variety(변화·다양성) 같은 단어도 선거를 소재로 선정한 단어입니다. 이 연재에서 왜 정치가 양념인지 알 수 있습니다.

3월에 학습한 filibustar는 당시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처리 과정에서 무제한 토론(filibuster)으로 주목받은 사람(star)을 다루면서 만든 합성어입니다. identity(정체성)와 kids(아이들) 역시 4월 총선 관련 선정 단어였습니다.

이처럼 정치와 직접 엮인 단어를 꼽으면 △4월 void promise(빈 공약) △5월 finally(마침내), responsibility(책임·의무) △6월 choice(선택) △7월 deal(거래·흥정) △8월 Nolympic(No+Olympic), Look over and over and over again(보고 또 보고), The last supper(최후의 만찬) △9월 hell(지옥) △11월 chance(기회), victim(희생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진행자가 꼽은 '올해의 단어'는 무엇일까요? 먼저 청보리는 지난 10월에 방송한 all right(괜찮아)을 꼽았습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철도·지하철 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 벽보를 다룬 내용입니다. 손으로 쓴 벽보 모두 '불편해도 괜찮아'를 제목으로 써서 고른 단어였습니다.

청보리는 "그동안 다뤘던 단어가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이 많아 방송 후 불편한 적이 많았는데 all right은 단어도 내용도 희망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흙장난은 지난 8월에 방송한 The last supper(최후의 만찬)를 선택했습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초청 오찬을 마련하면서 내놓은 송로버섯, 샥스핀 등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흙장난은 일단 자신이 준비한 단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흙장난은 "예언대로 그들에게 마지막 (즐거운) 식사가 됐다"며 스스로 선견지명을 내세웠습니다.

제가 선택한 단어는 3월에 방송한 filibustar입니다.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한참 쌓이던 때에 진행된 국회 무제한 토론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이렇게 뛰어난 정치인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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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준비한 표현은 = 이번 녹음에서 준비한 12월 표현은 before & after(이전과 이후)입니다. 촛불집회, 탄핵 같은 굵직한 전환점에서 그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를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단어로 한 시간 남짓 녹음했는데 전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청보리는 "탄핵 과정 이전에는 작은 부조리와 불합리에 둔감했다"며 "비록 작은 것이라도 내가 누릴 이유가 없는 특권에 대해 예민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것, 공정하지 않은 것에 앞으로 더 예민해져야 겠다"며 "대한민국이 그런 전환점을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흙장난은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지난 4·13총선입니다. 흙장난은 "여소야대 구조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이라며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총선 이전과 다수당이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밀어붙일 수 있는 총선 이후로 나누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 촛불집회와 탄핵 과정에서 '대중'에 대해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전에는 '어리석은 대중', '현명한 대중' 같은 표현을 쓰며 아무렇게나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하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대중은 제 수준으로 가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 역시 대중 n명 중 1이라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옮깁니다. "처음 시작 때 두려움도 있고 걱정도 있었습니다. 진행할수록 세 명이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 생각했습니다. 청취하는 사람이 늘면서 피드백이 늘어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청보리)

"영어 단어를 뽑아 시사를 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1년 지나고 보니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합니다."(흙장난)

한 해 동안 모두 고맙습니다.

◇<경남도민일보>-<우리가 남이가> 공동기획방송 '보카치오'를 들으려면

- 웹 주소 http://www.idomin.com/, www.podbbang.com/ch/8406

- 포털 검색창에 '우리가 남이가 시즌2 보카치오'

-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서 '우리가 남이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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