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수정당, 더구나 집권여당이 반쪽으로 쪼개지는 초유의 사태다.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전쟁을 치렀던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비리가 탄핵으로 이어지는 동안에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이해대립은 극명해졌다.

아무리 변명을 해봤자 이미 폐족이 되어버린 친박계와 미래 권력 창출에 명운을 걸고 있는 비박계가 정치적 생존을 함께할 수는 없는 건 기정사실이다. 막판까지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챙기려는 친박계의 몸부림에 맞서 최대한 균열을 내고 새집을 지으려는 비박계의 마지막 다툼은 결국 분당으로 결론난 것이다.

이 와중에 경남도내 의원들 대부분은 박근혜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모양이다.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40명에 육박하는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한다니 새누리당은 90여 명의 의원만 남아 집권당이란 간판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왜소해질 것이다.

탈당파들이 합류하여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하면 당분간 20대 국회는 88년 이후 26년 만에 4당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국은 더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대선 주자에 따라 여권의 합종연횡은 줄 이을 것이다. 친박계의 구심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집권당 구실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들이 권력에 매달려 생사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 국정과 민생은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악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정부도 집권당도 손을 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외교 환경이 급변하고 있건만 방도를 전혀 못 찾고 있다. 국민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국정교과서, 사드 배치,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도 앵무새 소리만 읊을 뿐 책임 있게 지도력을 발휘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게 집권여당인가? 친박만 남은 새누리당이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당적을 가지고 있다고 집권당이라 뻗대려 든다면 아예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새누리당은 스스로 간판부터 내려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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