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선수]경남도청 역도팀 이해주
호기심으로 시작, 부상·슬럼프 극복 전국체전 '3관왕'
경남체육회 '올해의 선수'… "재밌는 운동, 더 즐겁게"

"이제 시작이죠. 더 즐겁게 운동을 할 겁니다."

부상에 따른 지독한 슬럼프를 견뎌내고 지난 충남 전국체전에서 드라마같이 3관왕을 차지한 이해주(20·경남도청) 선수.

그는 부상을 당하면서 예전보다 10㎏가량이나 기록이 떨어졌다. 하지만 체전을 앞두고 피나는 훈련을 했고, 경기 당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평소보다 무거운 바벨을 거뜬히 들어 올리며 쟁쟁한 경쟁자를 제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덕분에 그는 경남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경남체육회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하지만 그는 메달과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오늘도 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경남체고 졸업반이지만 최근 그는 경남도청 역도팀에 영입돼 고성에서 선배들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사실 경남도청 팀에는 이해주와 같은 급에 더 유능한 선수가 있지만 팀은 그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의 성실함과 장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역도를 선택한 이유는?

"고성여중 1학년 말에 역도 선수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 따라서 갔어요. 학교 다니면서 고성에서 훈련하는 경남도청 선배들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 멋있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거죠. 부모님은 역도를 하면 키가 안 큰다고 극구 반대했지만 제가 좀 고집이 세다 보니 나중에 포기하셨죠. 아마 좀 하다가 스스로 나가떨어지리라 생각하셨을 거예요. 그렇게 역도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15㎏ 빈 봉도 들지 못했습니다. 운동신경도 없다며 코치 선생님이 다른 것을 하라고 권하더군요. 같이 간 친구들은 중도에 다 그만뒀고요. 역도는 공부와 달리 재미있었어요. 하면 할수록 들 수 있는 무게도 늘고 그러면서 성취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늦게 시작한 탓에 중학교 3학년 때는 한 해 휴학해서 더 연습했고, 결국 졸업하기 전에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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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청 역도팀 이해주 선수. /유은상 기자

-고등학교 때 큰 부상을 당했다는 데?

"경남체고로 진학해서 1학년 때 정말 열심히 하면서 기록이 10㎏ 이상 늘었어요. 그런데 대회에 나가면 은메달만 3개씩 따왔어요. 항상 1등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2학년 때 체전을 앞두고 그 친구를 넘겠다며 무게를 늘려 연습하다 바벨을 들고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뚝 소리가 났어요. 엉덩이뼈가 골절돼 4개월 쉬고 재활해서 다시 훈련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평소 실력이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운동하기도 싫어지고 결국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할 것이 없잖아요. 역도가 그때까지 삶 전부였는데 그만두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까워서 오기로 다시 시작했죠."

-체전 금메달 획득을 생각했나?

"3학년 와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을 했지만 안 되더라고요. 작심삼일을 몇십 번 했을 겁니다. 김하나 코치님 속도 많이 썩였어요. 그러다 전국체전이 가까워지니까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훈련을 좀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출전을 앞두고 체중을 늘려야 하는데 아무리 먹어도 스트레스 탓에 살이 찌지가 않아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체전에서 저는 평소보다 무거운 바벨을 들었고 경쟁자들은 평소보다 못해줘서 3관왕을 했죠. 금메달 하나만이라도 따자고 마음먹고 나간 것인데 운이 좋았던 거죠."

-경남도청팀에 들어간 소감은?

"중학교 때 경남도청 선배들 보면서 훈련을 했는데 제가 거기에 들어갈 수 있어서 영광이죠. 제 체급에서 저보다 훨씬 잘하는 선배가 있는데 저를 받아줘서 매우 고맙죠. 한국 여자 역도 전설인 김순희 코치님을 비롯해 국가대표급 쟁쟁한 선배들이 많은 최고의 팀이잖아요. 그래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게 운동하면서 무럭무럭 성장해야죠. 호호."

지난 10월 충남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해주. /경남도민일보DB

-체급을 올려야 한다는데.

"네. 같은 팀에 체급이 중복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58㎏급으로 올립니다. 그동안 했던 잘못된 습관과 자세를 포함해 기초체력 강화 등 기본부터 새로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하겠죠. 올린 체급에도 쟁쟁한 경쟁자가 많습니다. 한꺼번에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지치지 않고 또 다치지 않고 성장하려고요. 바뀐 체급에서 올해는 최소 7∼10㎏까지 기록을 늘리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입니다. 올해 3관왕하고 최고의 선수로도 뽑히고 남들이 보면 최고의 해라고 생각을 하시지요. 그런데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고등학교 1학년 때가 최고의 해였어요. 그해 정말 열심히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무엇보다 진짜 재미있고 행복했고요. 도청에 들어온 올해,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고등학교 1학년 때보다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해로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국가대표도 되고 또 올림픽에도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선수로서 꿈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꼭 찍어서 말씀드린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 그리고 그 다음 올림픽에서, 아니 제가 은퇴하기 전에는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그다음은 그 이후에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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