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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본 지역사 '스스로 찾은 시민의식'

17개 고교, 9~12월 경남 역사현장 곳곳서 소중함 느껴
"지역 아는 시민 되고파", "유물 지키려는 사람에 감사”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경남도민일보가 경상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청소년을 위한 우리 고장 바로 알기 역사문화탐방'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학교 공부에서 전국적·세계적인 것에 치여 소홀하게 다뤄지는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몸으로 누리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까지 3년 동안은 고등학생들만 대상으로 삼았지만 올해는 중학생까지로 늘렸다. 지난 성과가 나름 괜찮다고 판단했는지 경상남도교육청이 지원을 늘려준 덕분이다.중학생 10개 학교의 탐방은 1학기에 마치고 2학기에는 17개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경남 지역 여러 고장을 둘러보았다. 양산 효암고 9월 3일 의령, 김해 장유고 10월 15일 진주, 창원중앙고 10월 16일 창원, 경남미용고 10월 18일 통영, 고성고 10월 23일 합천, 밀양전자고 10월 25일 사천, 창원경일여고 10월 27일 하동, 양산여고 10월 29일 의령, 마산제일고 10월 30일 창원, 전교조 마산지회 11월 5일 창원, 창원명지여고 11월 15일 밀양, 김해 구산고 11월 19일 남해, 마산고 11월 22일 창녕, 창녕 남지고 11월 29일 창녕, 의령여고 12월 3일 산청, 마산무학여고 12월 10일 함안, 창원문성고 12월 19일 사천.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사랑채 누마루에서 미션 문제 풀이를 하는 창원경일여고 학생들.

일정을 모두 마친 지금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세 차례 탐방한 데가 창원 한 곳이고 두 차례 찾은 고장은 의령·사천·창녕 세 곳, 나머지 진주·통영·합천·하동·밀양·남해·산청·함안 여덟 지역은 한 차례씩 찾았다. 지난해까지는 통영·하동·남해처럼 관광지로 이미 이름난 곳을 많이 찾은 편인 반면 올해 두 차례 이상 탐방한 창원·의령·사천·창녕은 유명세를 크게 타는 고장은 아니지만 꽤 실속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아침에 찾아갈 때는 "뭐 별것 있으려나?" 여기기 십상이었어도 막상 가서 보면 누릴거리나 볼거리가 많아서 오후에 돌아올 때는 "탁월한 선택이었어!" 뿌듯해하는 '반전의 묘미'가 알차게 맺혀 있는 고장이었다. 물론 이번에 한 번 선택받은 고장이나 한 번도 선택받지 못한 고장 또한 숨은 보석이 적지 않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크게 보자면 단순히 눈에 들어오는 경관이나 건물에 매이지 않고 그런 데에 스며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아 살펴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는 얘기다.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의령 정암철교를 여유롭게 거니는 양산여고 학생들.

경남 바깥에 있는 사람들 눈에는 경남이 품은 역사문화와 자연생태가 모두 대단하다는 사실을 서슴없이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남 안쪽 18개 시·군 이곳저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옆에 있는 역사 유적이나 문화재를 시답잖고 시시하게 여긴다. 역사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심지어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남이라는 보물창고에 대해, 우리가 사는 지역이라는 보물창고에 대해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고 있다. 교과서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고 수능 시험 문항에 지역 문제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탐방에 나서는 처음에는 낯설어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보지만 실제로 한 번 돌아보고 나서는 '바로 옆에 소중한 우리 역사문화가 있었네' 하며 새삼스럽게 더욱 눈을 크게 뜨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통영 돌벅수 앞 경남미용고 학생들 모습.

"가까이 두고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 그만큼 관심이 없었구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자라고 나서 다시 보는 함안박물관은 참 예쁘게 지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말이산 고분군은 이렇게 길었던가 하고 새삼 느낌이 달랐다." "계단을 올라 위에서 보는 절 풍경, 해지는 모습들이 참 예쁘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이 절을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추측해보았다. 공기 좋은 산골마을로 1일 여행 가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이번 탐방에 함께했던 한 학생이 쓴 소감문이다. 소감문 끄트머리 마무리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물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생각났고 그분들처럼 변화 속에서 지키는 사람, 그리고 자기 지역을 아는 시민 중 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크지 않다고는 할 수 있어도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깨달음이라 하겠다.

창원명지여고 학생들이 김종직 선생을 모시는 밀양 예림서원 마당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이들 수준이나 경험·단련 정도 또는 학교의 준비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이번 열일곱 차례 고등학생 '우리 고장 바로 알기 역사문화탐방'이 학생들의 이와 같은 '눈 뜸'에 나름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틀림없지 싶다.

마산무학여고 학생 몇몇이 함안 장춘사 대웅전 뒤쪽 언덕에 앉아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산청 구형왕릉을 찾은 의령여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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