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비트렌드를 예측한 <트렌드 코리아>(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시리즈가 올해도 출간됐다. 내일 벌어질 일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1년을 앞서 내다본 이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시대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측이라는 것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의지하고 싶은 점괘가 되고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신선한 시각이 된다. 결국, 현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예측이 빗나가도 결코 틀렸다고 말할 수 없기에 정답을 읽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매력이지 싶다.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의 첫 알파벳을 따서 의미를 부여하는 형식이다. 올해는 구름다리를 뜻하는 '멍키바'(MONKEY BARS)다. 불안과 위기 상황을 원숭이가 구름다리 넘듯 건너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겼다. 내년은 '치킨런'(CHICKEN RUN)이다. 영화 <치킨런>의 내용인 날아서 울타리 밖으로 탈출한 닭의 '비상'과 연결된다.

올해 10대 키워드 가운데에서도 브랜드 몰락과 가성비의 약진에 주목한 <트렌드 코리아>의 예측은 맞았다. 1등 브랜드 제품은 가성비가 좋은 대형마트 PB제품(자체브랜드)에 밀려났다. 롯데마트 통큰 초코파이는 오리온을 위협하고 이마트 노브랜드 물티슈는 넘버 원 유한킴벌리 자리를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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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B+ 프리미엄', '1코노미',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한번뿐인 인생)' 등이 제시됐다.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가성비를 넘어서서 기본기가 탄탄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상품 구매라는 전제가 깔렸다고 본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소비자들은 더는 생산자의 달콤한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는다. 치킨런이 탈출할 수 있었던 건 날개의 기본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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