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마산의 옛 성동산업 터에서 700t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 해체가 시작됐다. 불황을 맞은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현실을 바로 체감하게 한다. 성동조선의 몰락은 중소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조선업의 위기에서 이미 예측돼왔기 때문에, 이 일을 기점으로 이제부터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위치에 따라 현실을 매우 다르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렇다 보니 조선업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양하다. 조선업의 규모 경쟁에만 몰두했던 중소조선소 경영진의 실수와 더불어 경험도 없는 새로운 업종에 무턱대고 진출한 대형조선소 경영진의 탐욕을 조선업 붕괴의 주요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됐지만 정책적 준비마저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 역시 공범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지역시민으로서는 법원 경매에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채권자가 재매입하는 황당한 일이 연출되기도 했던 성동조선의 소멸은 굴뚝산업의 붕괴가 급격하게 진행된 마산이라는 현실과 중첩되면서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즉 2002년 스웨덴의 말뫼에서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로 팔았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해체비용을 대긴 했지만 사실상 공짜로 크레인을 떠나보내면서 말뫼 시민들이 흘렸던 눈물을 두고 훗날 '말뫼의 눈물'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그러나 조선업 구조조정이란 현실은 세계 조선경기의 불황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만 돌려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이미 예측된 공급과잉에 따른 조선업 불황을 조정하고 조율해야 했던 중앙정부의 무대책과 무능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특정 업종의 경기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정부는 적어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연착륙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형조선소들의 분식회계라는 사실이 불거지기 이전까지는 마치 태평성대인 양 치부했을 뿐이다.

정부정책의 부재 탓에 조선업 위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조선업에 종사했던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떠안겨지고 있을 뿐이다. 조선관련 산업의 토대를 유지할 수 있는 전체적인 정책부터 이제는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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