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은 왜 하필 우리 집이냐며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법을 어겨서 골치가 아픈 모양이었다. 점장이 돈을 더 착취하지 못하는 것이 내 책임이었다.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점장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욕설을 들었다. 눈깔아. 싸가지 없는 년."

19살 김다운 양. 그는 2달간 일했던 편의점에서 이렇게 자본주의를 배웠다고 했다. 일을 그만두는 동료에게 받지 못한 최저임금과 야간수당을 받으라고 조언했고, 결국 점장의 미움을 샀다. 그는 이렇게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직감했다.

다운 양은 지난해 여름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학교에는 진정한 배움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최순실로 말미암은 촛불 정국을 지켜보며 그는 자신이 힘겨워하던 일들이 결국은 민주주의와 관련한 문제라는 걸 알았다. 정치 체제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일상 속 민주주의 말이다. 그가 여러 시국대회에서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다운 양은 긴 이야기 끝에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민주주의고 자본주의고 잘 모르겠고요. 사람들이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 단순한 일이 쉽지 않은 게 지금 우리 사회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아마도 만만치 않은 삶이 그의 앞에 놓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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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 힘든 일이 많을 거다. 하지만 나는 네가 지금의 생각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해주었지만, 끝내 무거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여 괜히 휘적휘적 어두운 거리를 쏘다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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