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아닌 시작 "더 재미나게 만나요"…주민과 영화제로 아쉬움 달래
카페·식당·공방 어우러진 공간, 내년 3월 회현동서 새롭게 오픈

지난 14일은 김해시 내동에 있는 문화카페 '재미난쌀롱'이 마지막으로 영업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2013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재미난사람들'이란 문화공동체가 주축이 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이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지요. 이 카페 주변으로 재미난 가게들이 하나둘씩 늘었고요. 물론 쌀롱이 망한 건 아닙니다. 더 큰 일을 하려고 다른 곳에 공간을 마련하고 있답니다. 재미난사람들의 큰언니 격인 김혜련 씨 표현으로는 '역대급 사고를 쳤다'는 군요.

어쨌거나 이날 재미난쌀롱에서 열린 마지막 행사는 170회 수요공연으로 기획한 '300초 단편영화제'였습니다. 일개 동네 카페가 지역민을 대상으로 창작 영화제를 연다는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닙니다. 10개 작품이 출품되었고, 제법 진지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카페 가득 왁자하게 관객이 들어선 것은 물론이고요. 역시나 재미난쌀롱답습니다.

영화제가 흔쾌히 마무리될 즈음에야 사람들이 서운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김혜련 씨나 쌀롱 주인 하라(김충도) 씨는 몇 번이고 울컥했다고 하지요. 특히 하라 씨는 자신이 아끼던 카페 앞 화단을 철거하는 게 못내 아쉬운 모양입니다. 처음 문을 여는 날 왔다던 관객은 마지막 자리도 왔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고3 학생은 "고1 때 선생님 소개로 와서는, 단골이 되었는데, 추억 많은 장소가 없어져서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4일 김해 재미난쌀롱 마지막날 열린 '300초 영화제'에서 사회를 보던 쌀롱 주인 하라(김충도) 씨가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서후 기자

재미난사진관 사장님의 다음과 같은 발언도 사람들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재미난쌀롱은 바깥이 필요없는 공간이었다. 이 안에서 충분히 사람들과 나누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조금 멀리 가는 거지만 그 거리감이 클 것이다. 아쉬움이 크다."

나이 지긋한 한 어르신은 "젊은 사람, 늙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드문데, 재미난쌀롱에서 우리 사회 큰 희망을 봤다"고도 이야기하셨습니다. 이에 하라 씨는 "그동안 여러분이 오셔서 재밌게 놀아주셨기 때문에 이 공간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화답했지요.

내년 3월 즈음에는 김해 회현동에 새 공간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카페, 식당, 공방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니 더욱 재미있는 곳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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